미국내 불법체류자 "추방되느니 감옥에서라도 싸우겠다"
2017/02/13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살고 있다"
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멕시코 출신 이민자 대부분은 본국으로 추방되는 것보다는 감옥에서라도 싸우기를 희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멕시코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이 멕시코 출신 불법 체류자 50명을 11일(현지시간) 인터뷰했다면서 이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법정 투쟁을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멕시코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또 절반 이상은 추방에 맞서 미국에서 법정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 대상을 가벼운 잘못이 있는 사람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이날 인터뷰는 미국 생활 22년째인 두 아이의 엄마 과달루프 가르시아(36)가 붙잡혀 추방된 지 이틀 뒤에 이뤄졌다.
가르시아는 2009년 가짜 사회보장카드 사용으로 체포됐다가 6개월마다 이민당국의 확인을 받으라는 명령을 받고 풀려났으며, 지난 9일 정기 확인을 위해 당국을 방문했다가 붙잡혀 멕시코로 추방됐다.
미국 이민당국은 지난 주에 애틀랜타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에서 대대적인 불법 체류자 단속에 나서 수백명을 체포해 추방했다.
이날 인터뷰한 마가리타 아코스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에 공포속에 살고 있다"면서 "우리가 행복하게 보일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불법 체류자들은 체포돼 감옥 생활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법정싸움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한 여성이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여기에서 싸우겠다"고 하자 다른 사람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소리쳤다.
미국내 불법 체류자들은 멕시코의 내부 개혁도 촉구했다. 자신들이 미국으로 온 이유가 부패와 폭력, 열악한 교육시스템, 사라진 경제적 기회 때문이라면서 조국을 원망했다.
마리아라고 이름만 밝힌 여성은 "멕시코에서는 우리에게는 기회가 없다. 교육받을 기회, 일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여기(미국)에서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다. 내가 멕시코에 계속 살았더라면 길에서 껌이나 팔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강경대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대세였다.
좌파정당인 민주개혁당의 아만도 리오스 피터 상원의원이 "멕시코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자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마약단속, 테러대응 등에서 미국과의 협조를 중단하고, 옥수수와 같은 농산물의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돌려 미국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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