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미리 피하자'…미국계 멕시코 조립공장 대량해고
2017/02/15
작년 11∼12월 1만2천명 실직…반자유무역주의 선제 대응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멕시코 정책의 여파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조립·수출하는 멕시코의 미국계 공장(마킬라도라)에서 대량실직이 일어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라 호르나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미국과 접한 멕시코 국경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있는 마킬라도라에서 1만2천여 명의 멕시코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회보장원(IMSS)의 통계를 보면 작년 말 현재 마킬라도라 업계의 고용인원은 42만3천283명으로 전년의 43만5천511명보다 1만2천228명이 줄었다. 이는 16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후아레스 마킬라도라 협회는 이런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의 반자유무역주의 정책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의 반멕시코 정책과 멕시코의 무역 보복이 현실화하기 전에 기업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먼저 대응했다는 것이다. 마킬라도라는 태생적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과 멕시코의 외국인 투자 규제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을 비롯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0% 관세 부과 등의 방침을 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미국-멕시코 무역에서 멕시코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하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을 것이며 이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등 인접국인 멕시코에 날을 세웠다.
멕시코 국경도시에는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과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리적 인접성을 활용하기 위한 미국계 소유의 마킬라도라가 많다.
마킬라도라는 미국산 부품을 가져와 멕시코에서 조립한 뒤 미국에 되판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단가를 효율적으로 낮춰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으며, 미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더 값싸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나프타를 통한 양국 간 상호 이익 창출의 모범 모델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미국계 자본의 노동착취라는 비판적 시각이 공존했다.
지난 15년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급증한 마킬라도라는 물류, 서비스 등 연관산업을 동반하면서 지역 산업의 중심축으로 급성장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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