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U "올해 인플레율 6.7%..2004년 이후 최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경제의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남미 지역에서도 인플레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국제 경쟁력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전통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지역에서 올해는 인플레 위기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IU가 전망한 올해 중남미 지역 인플레율은 6.7%로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추세로 미루어 인플레 전망치는 갈수록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1990년대 중남미 지역을 휩쓸었던 하이퍼 인플레가 2003~2006년을 거치면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최근들어 또 다시 위기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남미 주요 국가들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율은 이 같은 우려를 입증하고 있다.
EIU가 최근 12개월간의 인플레율을 조사한 결과 베네수엘라 25.2%, 자메이카 19.9%, 니카라과 18%, 볼리비아 13%, 파라과이 10.5%, 아르헨티나 8.4%, 칠레 8.1%, 우루과이 7.8%, 콜롬비아 6.3%, 에콰도르 5.1%, 페루 4.8%, 브라질 4.6%, 멕시코 3.7% 등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이미 고인플레 단계에 들어서 있으며, 볼리비아는 인플레율이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볼리비아의 인플레율은 지난해 1월 6%에서 8월 10.4%, 올해 3월 14%로 빠른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부는 올해 인플레율이 10% 미만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느 누구도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율이 이미 20% 수준에 도달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으로 물가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브라질도 인플레율이 정부의 억제 목표치인 4.5%를 넘으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인플레율 상승과 관련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만 주로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플레율 상승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상 조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수확량 감소, 정부지출 증가, 내수 수요 확대, 곡물 국제가격 인상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플레율 상승 조짐은 일부 국가에서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 아이티에서는 식량 품귀 현상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5~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나마에서는 인플레율 상승으로 인해 내년 대선에서 현 정부가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인플레율 상승으로 재정.통화정책 운용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면서 물가가 장기적으로 경제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