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마저 무너진 베네수엘라…"대법원이 입법권 장악"
송고시간 | 2017/03/31 10:18
대법원 "사법부 대행"…美언론 "사실상 1인 독재 수순"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이준서 기자 = 한때 석유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경제적 혼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삼권분립 원칙마저 무너졌다.
집권세력에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의회의 입법권을 '사법부 대행'이라는 기발한(?) 카드를 내세워 사실상 빼앗아버린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엘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입법권한을 자체 대행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별도로 지정한 기관이나, 대법원 산하 헌법위원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법원은 "의회가 법원을 경멸하는 한 의회의 활동은 계속 무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정부 성향인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중도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 권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의회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부결권을 행사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게 베네수엘라 정부 측 주장이다.
앞서 야권은 극심한 경제난 등을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했으나 대법원 등의 반대로 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야권은 이번 판결에 대해 독재를 위한 쿠데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쓰레기 같은 판결"이라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군은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처럼 경제 위기의 어려움을 함께 겪는 군인들이 봉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야권은 다음 달 1일부터 가두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미 주류 언론들은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로 접어들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노골적 독재"라고 비판했고, CNN방송은 "집권당이 3권을 모두 장악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암으로 사망하자, 당시 부통령이던 마두로가 권력을 승계했다.
그렇지만 극심한 경제난으로 곧바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고, 2015년 말 총선에서는 중도보수를 표방한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가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에 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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