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무력화한 베네수엘라 '사면초가'…국내외 비판 고조
송고시간 | 2017/04/01 06:40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야권이 장악한 의회의 입법 권한을 스스로 대행하겠다는 판결을 내린 뒤 국내외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EFE 통신과 엘 나시오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이사 오르테가 법무부 장관은 국영 TV 생방송에서 대법원이 의회 입법권을 자체 대행토록 하는 판결과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취소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친정부 성향의 오르테가 장관은 지난해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 질서의 파열을 의미한다"면서 "최근 대법원의 판결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하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원고를 미리 준비한 그는 "대법원의 판결은 몇몇 헌법 질서를 위반하고 헌법에 명시된 국가 모델을 무시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오르테가 장관은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혁명의 충실한 추종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대법원은 전날 의회가 계속해서 법원의 결정을 경멸한다면 의회의 입법활동을 자체적으로 대행하겠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야당이 지난해 8월 유권자 매수 혐의에 따른 선거법 위반으로 정직된 의원 3명을 취임시킨 것을 대법원에 대한 경멸로 판단하고, 대법원이 별도로 지정한 기관이나 대법원 산하 헌법위원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는 이번 판결에 대해 독재를 위한 쿠데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MUD에 속한 홀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대법원 앞에서 판결문을 찢기도 했다.
국제사회도 우려 표명과 함께 민주주의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남미국가연합(Unasur) 회원국 중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우루과이, 파라과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중도 좌파 정권이 들어선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는 공동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멕시코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퇴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주기구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에 대해 무관심할 수가 없다"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미주기구에서 문제를 제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우파 정부가 들어선 페루는 전날 베네수엘라 대법원 판결에 대해 반대의 의미로 자국 대사를 초치했으며, 미주기구(OAS)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국무부는 "베네수엘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조처"라고 비난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기 선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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