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유가 보조금 폐지에 항의시위 격화…비상사태 선포
대중교통 파업에 도로 봉쇄 시위로 도시 마비
에콰도르에서 정부의 유가 보조금 폐지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대중교통 파업과 도로 봉쇄 시위로 주요 도시가 마비 상태가 되자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콰도르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정부의 유가 보조금이 전격 폐지되면서 버스와 택시, 트럭 운전사 등이 항의의 뜻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보조금을 폐지하는 것을 비롯한 경제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유가 보조금이 폐지되면 디젤 가격은 갤런당 1.03달러에서 2.27달러로, 휘발유 가격은 1.85달러에서 2.30달러로 오르게 된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운수 노동자들에 학생, 노조, 원주민 단체 등이 가세해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타이어 등을 태우며 도로를 봉쇄하고 진압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선 상점 습격도 발생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버스 운수노조의 아벨 고메스는 로이터에 "정부가 보조금 폐지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시위를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나라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중교통 파업이 예고되자 에콰도르 정부는 이날 하루 전국 모든 공립과 사립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모레노 대통령은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에 질서 유지 권한을 부여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나라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만한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날 시위 과정에서 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가 보조금 폐지는 에콰도르 정부가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에 42억 달러(약 5조원)의 금융 지원을 받은 후 약속한 긴축 정책의 일환이다. 아울러 석유 밀매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산유국인 에콰도르는 정부의 보조금을 더해 기름을 매우 싼 값에 판매해왔다. 보조금 폐지 이후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으로 환산하면 우리 돈 740원 정도다.
그러나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유가 보조금이 갑자기 폐지된 데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아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 시민·노동단체들은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파업을 전국 규모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0/04 07:4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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