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갈등 고조되는 라파스…멕시코·볼리비아에 스페인까지 얽혀
모랄레스 측근 망명 중인 라파스 멕시코대사관 둘러싸고 갈등 증폭
볼리비아 "스페인이 망명 인사 빼내려 했다"…스페인 강력 부인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멕시코대사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멕시코와 볼리비아 정부 간의 팽팽한 외교 갈등에 스페인까지 얽히게 됐다.
28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는 스페인 측이 전날 멕시코 대사관저에 망명해 있는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의 측근을 빼내려다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스페인 대사관 차량이 라파스 멕시코 대사관저에 진입하려다 볼리비아 경찰에 저지당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볼리비아 정부는 이것이 망명자들을 빼내려던 시도라고 본 것이다.
이 차량은 멕시코 대사관저를 방문했던 스페인 외교관 두 명을 태우러 왔던 차량으로, 결국 스페인 외교관들은 1시간여를 기다린 후 볼리비아 외교부가 보내온 차를 타고 대사관저를 떠나야 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스페인 대사관 차량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타고 있었다며, 이들이 '은밀하게' 멕시코 대사관저에 진입하려고 해서 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렌 롱가릭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전날 "스페인 영사가 얼굴을 가리고 무장한 듯한 이들과 함께 멕시코 대사를 방문한 목적이 무엇이냐"며 "스페인 외교관과 보안요원은 무기를 소지하거나 신원을 감추는 복장을 착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스페인이 외교관 특권을 인용해 볼리비아 주권을 침해하려 했다며 항의 서한을 보내고, 유럽연합(EU)과 유엔, 미주기구(OAS)에도 함께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아르투로 무리요 볼리비아 내무장관은 28일 스페인 대사관측이 "범죄자 후안 라몬 킨타나를 빼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킨타나는 모랄레스 정권에서 대통령실 장관을 지낸 모랄레스의 최측근으로, 다른 8명의 전 정권 인사들과 함께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해 대사관 시설에 머물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볼리비아가 제기하는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스페인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외교관들의 방문은 단순한 '예방'이었다며 "건물 내에 있는 이들이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려 했다는 주장을 강력히 부인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조만간 라파스에 사람을 보내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은 모랄레스 측근들이 머물고 있는 라파스의 멕시코 대사관과 대사관저를 둘러싸고 멕시코와 볼리비아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멕시코는 최근 볼리비아가 멕시코 대사관과 대사관저에 과도한 경찰관과 정보요원들을 배치해 외교관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의사까지 밝혔다.
볼리비아는 경비 강화가 멕시코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롱가릭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이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볼리비아는 멕시코의 식민지가 아니다"라며 멕시코 정부에 "볼리비아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주권을 존중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멕시코 중도좌파 정부와 볼리비아 우파 임시정부는 지난달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선거 부정 의혹 속에 물러나고 곧바로 멕시코로 망명하면서부터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모랄레스는 현재 아르헨티나로 망명지를 옮긴 상태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2/29 07: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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