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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 계획 취소

2013/09/18

"NSA 정보수집 해명 불충분"…유엔 총회서 공개 비판 예정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정보수집 행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미국 국빈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정보수집 행위에 대한 미국 정부의 해명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국민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호세프 대통령과 20분가량 전화통화를 하며 국빈방문 취소를 막으려 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빈방문 계획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프 대통령은 10월 23일 미국을 국빈방문해 워싱턴DC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관례적으로 1년에 두 차례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올해 국빈방문은 호세프 대통령이 유일했다.

브라질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5년 페르난도 엔히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1995∼2002년 집권)을 마지막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은 2003년과 2007년 워싱턴DC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2009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으나 국빈 방문은 아니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에서 룰라 전 대통령과 후이 팔카웅 노동자당 대표, 정치 마케팅 전문가 조앙 산타나 등을 만나 정보수집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으며, 이 자리에서 룰라 전 대통령 등은 미국 국빈방문 취소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스 알베르토 피게이레도 브라질 외교장관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정보수집 행위에 대한 공식 해명을 촉구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NSA의 정보수집 행위에 유감을 표시하고 브라질과 관계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언론이 NSA의 활동을 지나치게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말해 정보수집이 계속될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해명이 불충분하며 외교적인 수사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 취소와 함께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은 23∼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앞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지난 1일 브라질 글로보TV에 출연, NSA가 호세프 대통령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기록 등을 열람했다고 폭로했다. 그린월드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파일을 받아 NSA의 정보수집 행위를 최초 보도했다.

글로보TV는 지난 8일에는 그린월드 기자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NSA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네트워크도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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