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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아르헨티나를 가다]“정부, 의도적으로 환율 올려… 지방정부 파산 우려

2014.02.06 22:58:22

ㆍ아르헨 상공회의소 몰테니 연구원 인터뷰

가브리엘 몰테니 아르헨티나 상공회의소 수석연구원(사진)은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페소 대 달러의 공식환율이 갑자기 오른 것은 외환보유액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의도한 것”이라며 “지금 아르헨티나가 우려해야 할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파산”이라고 진단했다. 몰테니 연구원과 경향신문의 인터뷰는 5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안드로 거리에 위치한 상공회의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아르헨티나의 페소·달러 공식환율은 지난달 말 달러당 6.7페소에서 8페소로 급등했다. 며칠 만에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아르헨티나가 환율 방어를 포기했다는 소문과 함께 신흥국이 연쇄적으로 금융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됐다.

몰테니 연구원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기업들의 달러 유출 흐름을 저지하고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환율을 급등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수입업체 사이에선 이미 ‘곧 공식환율이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았고, 환율이 낮을 때 미리 수입대금을 치르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면서 “그로 인해 아르헨티나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어들었는데, 그 움직임을 멈추게 하기 위해 환율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해외에서 아르헨티나에 투자하려 해도 공식환율이 너무 낮아서 포기하곤 했는데, 정부가 공식환율을 8페소로 한꺼번에 올려 투자(달러)를 유인할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2월 들어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이 25만달러 감소했는데, 지난달 공식환율을 올리지 않았다면 외환보유액이 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몰테니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아르헨티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그럴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콜롬비아 등 다른 남미 나라에선 외국에서 들어왔던 달러가 있으니 나갈까 우려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달러가 들어온 적이 없고, 외국인 투자도 많이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디폴트 위기설에 대해선 “아르헨티나는 2002년 이후 디폴트에서 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폴트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지금 갚아야 하는 빚이 얼마 되지 않아 디폴트 최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했다. 다만 지방정부 부채에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방정부는 공공지출 금액을 연금기관이나 아르헨티나 국내은행에서 우선 빌린 뒤 나중에 달러로 갚는다. 하지만 요즘 상환하는 시기를 앞두고 환율이 급등해 지방정부가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지방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매년 연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일부 지방에서 공무원 급여 예산이 부족해 추첨으로 급여를 받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향일보 부에노스아이레스 |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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