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은 남미서 자원외교 중
2010.06.13 17:55:09
특사로 페루 방문…탐사계약 미뤄지자 가르시아 대통령 협조구해 승인
"정치 이야기는 하지말자…외교아닌 장사하러 온 것"
SK에너지가 참여한 페루 LNG플랜트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를 방문한 이상득 의원이 지난 10일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과 양국 간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SK에너지>
국내 정치를 뒤로하고 대통령 에너지 협력 특사로 남미를 방문 중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활동이 화제다.
이 의원은 10일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콜롬비아와 공동으로 인수한 페루 석유기업 사비아페루가 2008년 신규 낙찰받은 탐사광구 2개(Z-51ㆍZ-52)의 탐사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력히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가르시아 대통령은 관련 계약이 법률 검토를 끝내고 재가를 기다리고 있음을 파악하고, 외교관례를 생략하고 즉석에서 승인 사인을 했다. 이에 따라 사비아페루가 향후 7년 동안 25억달러(지분 50%를 보유한 석유공사는 절반인 12억5000만달러 투자)를 투자할 Z-51ㆍZ-52 광구를 포함한 8개 탐사광구 개발이 계약 2년 만에 비로소 탄력을 받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페루를 방문했을 당시와 같은 해 11월 가르시아 대통령의 방한 당시 페루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이날 성과가 이 의원의 꾸준한 중남미 에너지 외교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 의원의 이번 중남미 방문은 벌써 네 번째. 이 중 우리나라 기업들의 에너지 관련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페루에 대해서는 벌써 두 번째 발걸음이다. 가르시아 대통령과도 이번 회동이 벌써 세 번째. 이날 오전에 거행된 SK에너지의 440만t 규모 LNG공장 준공식 행사에서도 두 사람은 행사 직전에 극적인 포옹을 나눠 현지 언론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을 정도로 친분이 깊다.
두 사람 인연 덕분에 이날 이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마르코나 동광 개발 △올 하반기로 예정된 2억3000만달러 규모 산토 도밍고 발전소 개조공사 입찰 등에서 적극적인 협조 등을 가르시아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이 의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포스코건설은 이미 지난해 9월 칼파 복합화력발전소 개조공사 수주(9억달러)에 이어 지난 5월 29일에는 칠카 우노 복합화력발전소 개조공사(3억5000만달러)를 수주한 바 있다.
리마에서 기자와 만난 이 의원은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면서 "나는 외교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장사를 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들 민원이 빽빽이 적힌 국회수첩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면서 "폼만 잡는 의례적인 활동이 아닌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는 특사 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실제 이 의원은 식사 때마다 동행한 기업인들과 회의를 하고 애로사항을 일일이 수첩에 받아적어 이를 그대로 페루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에너지광업부 장관, 한스 플러리 석유광업에너지협회장에게 각각 전달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동행 기업인은 "페루에 오기 전부터 이미 기업들 민원에 대해 상당히 공부를 해온 것 같다"면서 "이 의원과 가르시아 대통령 간 끈끈한 관계가 없었다면 현안이 풀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페루 방문에 이어 12일에는 에콰도르를 방문해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윌슨 파스토르 비재생천연자원부 장관 및 미겔 칼라오라노 전력재생에너지부 장관을 면담했다.
이어 콜롬비아로 이동해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과 에너지 관련 장관도 면담했다. 이번 이 의원의 남미 3개국 방문에는 외교부, 지경부 관계자,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SK에너지, SK건설 등 기업 관계자가 수행했다.
매일경제 리마(페루) = 장광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