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대통령의 아내들 “차기 대통령은 나”
2010.07.19 14:02
과테말라•도미니카공화국 등서 대선 출마 가시화
중남미에서 ‘제2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대통령)’를 노리는 퍼스트레이디들의 대선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정치인들의 약진’이란 기대감과 함께 ‘친인척 권력 장악’이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통령의 부인 산드라 토레스. 남편과 함께 집권여당인 ‘국민희망연대(NUH)’당을 창당, 2008년 정권 창출에 성공한 그는 사회통합위원회 커미셔너직을 맡아 각종 복지프로그램의 입안 및 실행을 관장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 대선 출마가 법으로 금지돼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는 2011년 대통령 선거에 토레스가 여당 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매크래치가 최근 보도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레오넬 페르난데스의 재선 임기가 끝나는 2012년 부인 마르가리타 세데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법학박사, 변호사 출신인 그는 사회정책분야의 공직을 맡고 있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친선대사로도 활동중이다.
니카라과에서도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사진)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0년대 중후반 남편과 함께 반정부조직 산디니스타에 가담해 혁명운동을 벌여 소모사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던 인물로,현지에선 ‘오르테가=무리요’로 인식돼있을 정도. 1985∼90년 오르테가 정부에서 영부인이자 문화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던 그는 2006년 남편이 다시 대권을 잡으면서 정치일선에 복귀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친정부 언론들은 2012년 무리요의 대선 출마 분위기를 벌써부터 띄우고 있다. 영부인은 아니지만 페루에서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의 2011년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권 예상주자들 중 선두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권 주자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부인들은 남편의 후광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치경력과 실력을 갖춘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남편의 정치권력 연장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라틴아메리카국가들 중 다수가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법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권력 유지를 목적으로 부인이 나서고 있다는 것. 따라서 영부인 정치가들이 진정한 여성 정치 신인의 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문화일보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