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권, 美 입김 강한 미주기구 배척(7.29)
관리자 | 2010-08-04 | 조회수 : 1486
남미권, 美 입김 강한 미주기구 배척
2010.07.29 08:03
"남미국가연합 역할 강화" 목소리 높아져
베네수엘라-콜롬비아 외교관계 단절 사태를 계기로 남미대륙 12개국으로 이루어진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미 지역에서는 최근 좌파 및 중도좌파 정권을 중심으로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미주기구(OAS)보다는 남미국가연합이 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을 배제하고 "남미 문제는 남미 스스로 해결한다"는 공감대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OAS보다 남미국가연합이 더 효과적으로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갈등을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지난 달에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콜롬비아가 남미 지역의 발전과 협력, 평화를 지향하는 남미국가연합 강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알바로 우리베 현 대통령과는 다르게 남미국가연합에 적극 참여하라는 얘기다.
남미국가연합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남미 지역 정상들은 큰 이견을 나타내지 않고 있으며,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남미국가연합 사무총장(아르헨티나 전 대통령)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업고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갈등 중재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좌파 정상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미국과 OAS에 대한 강한 반감도 표출되고 있다.
지난 26일 브라질을 방문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와 항구적인 평화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이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OAS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8일 수도 라파스를 방문한 마두로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OAS를 '미 제국주의의 도구'로 표현하면서 "남미국가연합이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갈등 중재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남미 국가 간에 외교적인 문제가 있으면 해당 국가 정상들이 만나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 제국주의자들의 간섭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9일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개최되는 남미국가연합 긴급 외무장관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회담에는 12개국에서 장관급 각료들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담 결과에 따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있다.
남미국가연합은 2004년 '남미국가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뒤 2007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2008년 브라질에서 열린 남미정상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