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키며 개발할 파트너는 한국뿐
2010.08.26 02:56
◀ 2010년 8월 25일 오후 방한한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방한 ... /조선일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한강의 수많은 다리 보고 한국 교량기술에 놀라… 발전 노하우 배우고 싶다
한국과 자원개발 협력에 이상득 의원 큰 공 세워"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한강에 있는 수많은 다리를 보고 한국의 기술력을 느꼈다."
24시간 비행 끝에 한국에 도착한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이 25일 밝힌 '한국의 첫인상'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만들어준 다리는 볼리비아의 고립됐던 지역들을 연결해 사회 통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인 볼리비아 리튬 개발에 한국이 공동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도, "땅은 어머니와 같다"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共存) 정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왼쪽)이 25일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오른쪽)과 함께 서울 신라호텔 만찬장에 들어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의원은“1000성급 호텔이 아닌 5성급 호텔에 모셔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에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관심이 많다. 이번에 한국만 방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500년 동안 식민지로 착취와 소외를 당했다. 나는 원주민 출신으론 처음 볼리비아 대통령이 됐다. 나는 원주민들의 권리를 증진시키면서, 환경을 수호해야 한다. 땅은 어머니와 같다. 대지는 인간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은 대지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 대지의 일부분인 리튬에 대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선 그동안 광물자원공사•고려아연 등 많은 기업이 자원개발에 참여해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여러 나라가 리튬 개발을 위한 제안을 하고 있지만, 나는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는 생일날 만찬을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볼리비아와 한국이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했던 데에는 이상득(그는 상 리로 불렀다) 의원의 공이 컸다. 나이도 많은 이 의원이 작년과 올해 세 차례나 해발 4000m의 볼리비아를 찾았다. 보통의 관심과 열정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 의원을 통해 한국이 볼리비아의 빈곤 해결과 투자에 남다른 관심과 열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의원 때문에 한국 단독 방문을 결정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김홍락 주볼리비아 한국대사도 리튬 개발에 대해 많은 자문 역할을 했다."
―앞으로 리튬 개발을 위해선 어떤 절차가 남아 있나.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우유니 호수(전 세계 리튬의 40% 매장)에 시험 공장을 만들어 가동할 계획이다. 본격적 개발을 위해선 기술 연구가 충분히 진행돼야 한다. 이런 연구 이후에 적극적인 투자와 파트너십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녹색성장과 청정기술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이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경험했지만 짧은 시간에 압축 성장을 했다.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과 볼리비아는 식민지였다는 공통의 아픈 경험이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 모델은 국가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 한국과 볼리비아처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나라들은 서로 협력을 하면서도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면서 한강에 있는 수많은 다리를 보고, 한국의 교량 건설 기술에 놀랐다. 또 이번에 2차전지 공장과 항만시설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발전 노하우와 기술을 많이 배우고 싶다. 한국은 그동안 원조를 통해 우리나라를 많이 지원했고, 이를 통해 국가 통합에 큰 도움을 받았다. 고맙다. 앞으로도 자원개발과 함께 유•무상 원조에 있어 한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리튬•철광•아연 등 풍부한 자원 때문에 선진국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 자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식민지 지배를 받았고 원주민들이 착취와 억압에 시달렸다. 원주민들이 바구니에 석유를 들고 다니고, 철광덩이를 돌덩어리처럼 들고 다닌다. 선진기술을 가진 국가들이 우리와의 협력을 원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방식은 우리 대지와 자연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우리의 환경을 보전하고 빈곤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좌파•우파에 구분 없이 대화를 하고 싶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인터뷰 마지막에 지난 남아공 월드컵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한국이 8강전에서 탈락해서 아쉬웠다"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한국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우리 외교관들은 "브라질 월드컵에선 볼리비아와 한국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하자,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것참 좋은 생각"이라며 웃었다.
☞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 모랄레스는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50) 대통령은 볼리비아 역사상 최초의 인디오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다. 좌파 사회주의운동당(MAS)을 이끌며 2005년 12월 53.7%의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했고, 작년 12월에 치러진 대선에서도 64%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코카 재배 농민 출신으로 농민운동을 주도해왔다. 미혼이지만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정우상 기자 imag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