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18개월간 포고령 통치 필요"
2010.12.14 15:44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3일 13만 홍수 이재민이 발생한 재해에 대처하기 위해 의회 입법권을 무시하고 최대 18개월 동안 포고령 통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포고령 통치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20년도 가능하다"면서 야당의 반대를 조롱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어 내각이 임기 만료를 앞둔 여당 일색의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법안 사본을 흔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포고령 통치가 가능해지면 재해복구에 자금이 필요하다며 판매세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재원 확보를 위한 화폐개혁, 이재민 수용을 위한 재산 압류법 등이 예상되고 있다.
야권이 아예 선거를 거부하는 바람에 여권 세력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현 의회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베스 대통령의 요구대로 대통령의 포고령 통치를 합법화하는 입법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같은 발표를 몇 분 앞두고 카메라 기자와 함께 대통령궁을 빠져나가 근처에서 난민생활을 하는 수재민 부녀와 인터뷰하는 등 포고령 통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미 3차례에 걸쳐 포고령 통치를 하면서 원유 국유화, 대법원 판사 확대 등 법률 100여건을 발표하고 시행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비난 여론을 각오하고 이런 강수를 택한 것은 야당세가 크게 신장된 가운데 새해 1월5일 출범하는 의회에서 과거와 달리 자신이 21세기에 걸맞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필요하다며 내놓는 정책들이 쉽게 수용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선수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권 견제를 아예 무시하고 포고령 통치를 하겠다는 차베스 대통령의 의지는 지난 9월 총선에서 165개 의석 가운데 40% 가량을 차지한 야권이 우려해 온 것이다.
야권 정치인 파스토라 메디나는 이에 대해 "미친 짓으로 국민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물론 헌법에 대한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그는 독재자 지위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권은 억지 법 논리에 포고령 통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새 의회가 소집 후에는 그 효력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차베스 대통령은 포고령 통치를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라카스 로이터=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