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남미 통상.투자 공세 가속도 붙는다
2011.01.05 08:37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직접투자 확대 전망
중남미 지역에 대한 중국의 통상.투자 공세가 올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중남미가 보유한 거의 모든 형태의 1차 산품이 필요하고, 중남미 역시 지속성장을 위해 중국의 자본 투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마이애미 소재 컨설팅 회사인 시노-라틴(Sino-Latin) 캐피털의 에릭 베텔 소장은 4일 EFE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남미는 중국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국경선이나 다름없다"면서 "중국-중남미 간의 교역과 중국의 중남미에 대한 직접투자가 놀랄만한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중남미 간의 교역은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2009년 잠깐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는 2008년의 1천400억달러 수준에 근접할만큼 회복됐다.
베텔 소장은 "중국이 중남미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 된 지는 이미 오래"라면서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의 경우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다. 페루는 14.7%,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13%씩이다.
중남미 국가들의 대(對) 중국 수출제품 가운데는 역시 구리, 석유, 알루미늄, 은, 아연, 대두 등 1차 산품이 가장 많다. 중국은 자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에 필수적인 이들 제품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중남미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는 중남미 관련 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과 중남미가 상호보완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의 중남미에 대한 직접투자는 2009년 말 현재 91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410억달러)나 유럽(250억달러)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이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법적인 보장 장치를 마련하면서 중국 자본의 중남미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특히 중남미 대부분 국가의 취약점인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베텔 소장은 "중국 기업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인프라 확충을 돕는 방향으로 투자를 해야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면서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와 교역 확대가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JP 모건은 지난해 중순 발표한 자료를 통해 한동안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집중됐던 중국 자본이 중남미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 모건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투자대상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중남미가 미국과 유럽을 대신하는 투자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JP 모건은 중남미 국가 가운데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에 중국 자본의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중국의 공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정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통상.투자 확대를 통해 중남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본부를 둔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중남미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1980~1990년대 미국 경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상황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남미 국가들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통상.투자 확대가 중남미 경제에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며, 중남미 지역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공급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