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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공직 비리 만연과 反面敎師(반면교사) 멕시코(1.12)
관리자 | 2011-01-13 |    조회수 : 1411
<포럼> 공직 비리 만연과 反面敎師(반면교사) 멕시코 
 
2011.01.12 13:45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

검찰이 건설 현장의 식당 운영권과 관련한 전•현직 고위 경찰 간부의 수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그 대상이 전직 장•차관과 전•현직 공기업 사장 등 공직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정부 중앙부처 고위직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수십명이 상습적으로 카지노 도박을 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된 데 이어 드러난 공직 비리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사회 발전이 고도화하면서 공직 부패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공권력 부패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멕시코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상황까지 대한민국이 다가서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멕시코가 마약으로 찌든 배경의 핵심에 공직사회의 부패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한국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년 앞서 가입했고, 머지않아 발표될 2010 세계 경제력 순위에서 13위 자리를 놓고 한국과 각축을 벌일 나라다. 그러나 4년 전 펠리페 칼데론 정부가 마약 조직을 뿌리뽑겠다며 마약 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이 희생됐음에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주요 도시에서 시가전까지 벌어지면서 각계 요인, 군•경찰, 마약 조직원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까지 지난해에만 1만2000여명이 살해됐고 지난 주말에도 5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웃한 미국에 열려 있는 거대한 마약 소비 시장은 멕시코의 범죄 조직에 매력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다. 그들은 부패한 멕시코 공직사회에 파고들어 마약단-정치인-정부관리-경찰 간의 끈끈한 고리를 형성,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아성을 쌓아 왔다. 칼데론 정부가 정의의 칼을 빼들었지만 승리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멕시코의 공권력이 이권(利權) 앞에 무너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일부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보고됐을 정도다. 뿌리가 깊으면 척결도 힘들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들은 두려워서 기피하는 경찰서장직을 맡은 20세 여성 마리솔 바예스가 언론에 공개한 경찰서의 텅 빈 무기고는 부패의 실상을 여실히 대변해 준다.

필자는 부패의 원인이 개인의 본성 때문인지 사회 환경 탓인지를 놓고 멕시코 인사들과 논쟁한 바 있다. 개인의 본성 때문이라면 부패한 사람은 어느 사회에 가서도 부패 행태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실험적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정직한 사람도 법질서가 파괴된 사회에서는 쉽게 부패에 휘말리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법질서를 확고히하는 일이야말로 성숙한 사회 환경을 만드는 일이고, 그래야 사회 전반의 부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직 사회의 부패 만연 역시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버드대의 조지프 나이 교수는 부패란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일종의 교환행위이므로 양심이나 도덕에 호소하기보다 부패 거래에 관한 법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의 의제 설정 단계부터 결정 및 집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권력이 부패하면 정부의 통제력도 마비될 수 있음을 멕시코 사례는 보여준다. 공직의 부패와 그로 인한 기강 해이의 결과는 혼돈과 무질서이며, 비상시 국민을 결집시킬 수도 없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지식인들에게조차 대한민국의 발전 모델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하고, 때로는 60여년의 피땀으로 이룩한 기적을 부인하려는 자들의 논리에 동조하게 까지도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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