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차기 대권 야권후보끼리 경합
2011.02.04 02:23
내달 20일 마니가-마르텔리 결선서 승부
선거부정 집권당 후보 퇴출… 불복 움직임 없어
대통령 선거 부정시비로 정치적 혼란을 겪어온 아이티가 3일 대선 예비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하고 선거부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집권당 후보 대신 야권의 두 인사에게 차기 대권의 기회를 부여했다.
아이티 임시선거관리위원회는 내달 20일 치러지는 대선 결선투표 진출자로 야권의 미를란드 마니가와 미셀 마르텔리를 확정해 발표했다고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선거 임시결과에서 결선 진출이 유력했던 집권당의 주드 셀레스틴은 조직적 부정선거 논란 속에 결선 출발점을 눈앞에 둔 채 무릎을 꿇게 됐다.
그간 연기를 거듭했던 선관위 결과 발표는 예정일이었던 2일을 넘겨 나오는 진통을 겪었지만 지난해 12월 대선 예비결과 발표 때처럼 결과에 불복한 폭력시위 등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집권당도 자당 후보의 결선진출 탈락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조지프 램버트 집권당 상원의원은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우리 당의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할 최상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믿고 있지만 사회적 긴장을 풀고, 아이티에 대한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결선투표 탈락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선거 예비결과에서 셀레스틴에 불과 7천표 차이로 밀려 결선탈락의 위기에 놓였던 마르텔리 지지자들은 그의 기사회생 소식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 마르텔리'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결선투표에 진출한 두 야권 후보는 지진참사와 콜레라 창궐, 정치혼란에 빠진 아이티를 구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결선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독특한 이력 덕분에 아이티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70세인 마니가는 198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몇달만에 쿠데타로 쫓겨난 레슬리 마니가 대통령의 아내로 차기 대권을 잡을 경우 첫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마니가는 르네 프레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 왔지만 정치적 경험이 적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2004년 아이티 치안권을 넘겨받아 주둔해 온 유엔평화유지군이 국가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좋지 못한 기억을 가져온 만큼 향후 점진적인 철수가 이뤄져야 한다며 외국군의 주둔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스위트 미키'로 불리는 팝스타 출신의 마르텔리는 아이티 젊은층의 사랑을 받아온 인기 가수라는 점에서 마니가와는 또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마르텔리는 후보 신청 과정에서 다른 후보 지원자였던 힙합 가수 와이클리프 장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장이 후보 심사 과정에서 자격미달로 탈락하자 그의 지지층까지 끌어모으며 결선투표까지 올라오는 저력을 발휘했다.
마르텔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아이티 사상 첫 팝스타 출신 대통령이 된다.
아이티 선관위는 이달 17일부터 3월 18일까지 결선투표 선거운동기간을 가진 뒤 같은 달 20일 투표를 실시하며 31일에는 선거 임시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