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다가온 아이티 대선 전망 '안갯속'
2011.03.11 05:22
아이티 대통령 후보 미셸 마르텔리 기자회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치 신인' 마르텔리 지지도 상승
前영부인 후보에 비해 안정감 떨어져
20일 치러지는 아이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가수 출신 미셸 마르텔리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대선 결과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BRIDES'가 3∼6일 유권자 6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마르텔리는 50.8%를 얻어 전 대통령 영부인 출신 후보인 미를란드 마니가에 4.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외신이 보도했다.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예선투표 결과에서 마니가가 10%포인트가량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마르텔리의 상승세는 꽤 가파른 것이다.
마르텔리는 동료 힙합 스타인 장 와이클리프의 적극적인 지원 공세 속에 젊은층의 표심을 자극하며 처음으로 지지도 1위 후보에 올라섰다.
그는 예선투표 임시결과에서 3위에 그치며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되는 듯했지만, 정부ㆍ집권당의 조직적 부정선거 의혹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2위였던 집권당 후보를 끌어내리고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마니가로선 마르텔리의 부상에 다잡았던 대권의 꿈을 놓칠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마니가는 예선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를 증명하듯 예선투표에서도 득표율 31%로 수위에 올랐다.
마르텔리와 마니가는 선거 공약만 놓고 보면 '재건과 변화'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마르텔리는 마니가보다 한 발짝 더 나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티 대선후보, 마니가 기자회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니가는 집권 뒤에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임시아이티재건위원회(IHRC)가 함께 해야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마르텔리는 IHRC의 비효율성을 비난하며 아이티 국민이 독자적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95년 아이티에서 군대가 해산된 뒤 주둔한 유엔(UN)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철수 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마니가보다 '국립치안군'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으며 비교적 선명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일천한 데다 대중에게 능력을 검증받아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마르텔리의 지지세가 유권자의 최종 선택으로 이어질 지 두고볼 일이다.
또한 차기 정부가 100억 달러의 원조금을 투명하게 집행하며 국가재건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유권자들이 '신출내기' 마르텔리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마니가는 전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야권의 대표인사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안정감과 경험이 마르텔리보다 앞선다.
여성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두텁다는 점도 마르텔리를 위협하는 요소다.
그러나 아이티 젊은층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기존 정치인에 커다란 불신을 갖고 있어 마니가의 배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도 나오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