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부녀(父女) 대통령 나오나? 전문가 "아버지 후광효과 덕"
2011.04.11 11:12
◀ 케이코 후지모리/조선일보DB
부녀(父女)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10일(현지시각) 실시된 페루 대통령 선거 예선투표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Fujimori) 전(前) 대통령의 맏딸 케이코(Keiko) 후지모리(36)가 2위에 올랐다. 최다 득표는 좌파진영의 오얀타 우말라(47)가 차지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페루 승리당’의 우말라는 현지 여론 조사기관 3곳에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각각 33.8%, 33%, 31.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케이코 후지모리는 21.3%, 22%, 21.4%를 차지해 2위에 올랐다.
페루에서는 예선투표에서 최다득표자가 과반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다득표 후보 2인이 결선투표를 치러 차기 대통령을 선출한다. 출구조사대로라면 우말라와 케이코 후지모리는 오는 6월 5일 결선투표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는 향후 수일 내에 공식 선거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케이코 후지모리가 인기몰이하는 것은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라고 해석한다.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업적을 인정하는 유권자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 케이코의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11년간 재임하면서 살인과 납치를 명령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 죄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페루의 일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는 1990년 페루 대통령에 취임한 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폈으며, 마오쩌둥(毛澤東)주의 반정부조직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의 집권 기간 중 좌익 게릴라와의 전쟁에서 7만여명이 사망했다. 그는 학살•납치•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서자 모국인 일본으로 도피했다가 2007년 페루로 강제 송환됐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이뤄낸 경제발전과 좌익 게릴라 조직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을 토벌해 치안을 확보한 것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케이코 후지모리는 아예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버지를 사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72세 아버지 후지모리는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주간지 카레타스는 “후지모리가 대선을 앞두고 옥중(獄中) 정치를 통해 딸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를 면회하려는 정치인들과 실력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