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최고권력 우뚝 선 라울 카스트로는
2011.04.20 02:58
형 피델과 '혁명동지', 오랜 국방장관 경험
실용노선 표방, 경제개혁 펼칠 듯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19일 당내 제1서기로 공식 지명되면서 쿠바 최고 권력자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는 2008년 형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국가평의회 의장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제2서기에 머물며 피델의 그늘에 가린 듯한 인상이 적지 않았다.
1931년 스페인계 아버지와 쿠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울은 피델의 막내 동생으로 과거 게릴라 항쟁 시절부터 함께 했던 '혁명 동지'다.
라울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1959년 혁명정부 국방장관에 임명된 뒤로 49년간 형을 보좌하며 쿠바식 사회주의 노선을 이끌어왔다.
그는 2008년 피델의 병이 깊어지자 국가평의회 의장을 물려받은 뒤로 무너져내린 사회주의 원칙을 넘어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막을 내린 당 대회 기간 최대 관심을 모았던 일련의 경제개혁 정책들은 그가 직접 짜내 밀어붙인 것들로 오래된 원칙에만 천착했던 피델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국방장관 시절부터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91년 쿠바를 적극 지원했던 소련이 붕괴하자 국내 항공과 호텔, 소매점 부문을 군이 직접 운영케 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당 대회에서 정치적 1인자로 올라선 라울은 진력해 온 경제개혁안이 당 위원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통과되면서 향후 집권에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라울은 이날 당 대회서 제1서기로 지명된 뒤 "경제적으로 필요한 변화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국가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며 "경제모델을 현대화하는 것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하룻밤에 이뤄지는 기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코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며 52년간 유지해 온 쿠바식 사회주의를 지켜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