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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한국기업 세계를 품다]<2> 멕시코서 철강 가공판매 포스코(1.9)
관리자 | 2012-01-09 |    조회수 : 1178
[따뜻한 한국기업 세계를 품다]<2> 멕시코서 철강 가공판매 포스코

2012.1.9

멕시코 정부도 외면한 장애인학교, 포스코가 다가가 입맞추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동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푸에블라 주의 산타아나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는 ‘센트로 데 아텐시온 물티플레스(CAM)라는 학교가 있다. 반경 20km 이내에서 하나밖에 없는 장애인 학교다. 1999년 문을 열었다.

정부는 교사 월급 외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시각 및 청각장애, 소아마비 등 신체장애부터 다운증후군 등 다양한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 약 50명이 다니는 곳이지만 각자의 특성은 무시됐다. 가브리엘라 고메스 교장은 “제대로 된 장애인 학교를 운영하고 싶어 멕시코 기업과 사회단체를 쫓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2007년 포스코가 이 학교를 찾아왔다. 마을 바로 옆에 공장을 짓는데 학교를 돕고 싶다고 했다. 고메스 교장은 “정부도 방치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포스코는 며칠 뒤 고메스 교장을 초청했다. 김주안 포스코 멕시코푸에블라가공센터(MPPC) 법인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포스코의 사회공헌활동을 설명했다. 그동안 포스코는 물론이고 한국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던 고메스 교장은 이날 밤 처음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Posco’와 ‘Corea’를 입력했다.

○ 멕시코 대신 포스코

멕시코 찰코 마을의 기숙학교 ‘소녀의 집’ 여고생들이 포스코 MPPC의 지원으로 건립된 영어 시청각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CAM 운동장에 학생과 교직원, 포스코 직원들이 모였다. 휠체어, 목발과 각종 교육소품을 전달하는 증정식이었다. 고메스 교장은 “반가워요, 후안”이라며 김주안 법인장을 맞았다. 그의 이름 주안(Ju An)은 스페인어 식으로 읽으면 후안(Juan)이 된다. 스페인어를 쓰는 곳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이다. 김 법인장은 “애초부터 이 나라와 인연이 있던 모양”이라고 했다.

증정식은 간단했다. 고메스 교장의 감사인사와 앞으로도 계속 돕겠다는 김 법인장의 답사가 전부였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김 법인장 앞으로 몰려나오더니 들고 있던 막대사탕을 건넸다. 먹고 싶은 욕구를 꾹 참으며 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사탕이었다. 순식간에 김 법인장의 손에 10여 개의 막대사탕이 생겼다.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는 생각에선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학생들이 소리쳤다. 
“알라비오, 알라바오, 알라빔봄바, 포스코, 포스코, 라, 라, 라!”

옆에 있던 마을 주민이 “멕시코 국가대표팀 응원구호”라고 말해줬다. 우리로 치면 “대∼한민국!” 같은 것으로, ‘멕시코’ 자리에 ‘포스코’가 들어갔다.

○ 당신들이 필요합니다

같은 날 오후 취재팀은 푸에블라 주 찰코 마을로 이동해 ‘소녀의 집’을 방문했다. 한국의 마리아수녀회가 1990년 세운 기숙학교다. 집안이 가난해 학업을 잇기 어려운 여학생들에게 중고교 교육과정과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한 해 뽑는 학생은 약 1000명.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향수병을 못 이겨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다. 일부는 규율을 어겨 쫓겨난다. 그래도 전체 학생이 3000여 명에 이른다. 매달 유지비만 한국 돈으로 3억 원 이상 드는데 1인당 월 10만 원꼴이다. 돈 대신 우유와 쌀, 옥수수 등 물품을 지원하는 후원자들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소녀의 집 원장인 세실리아(이영숙) 수녀는 “늘 빠듯한 살림 때문에 고민”이라고 얘기를 시작했지만 종종 말을 멈춰야 했다. 점점 한국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13년째 멕시코에서 이 학교를 운영해 온 세실리아 수녀는 이곳의 유일한 한국인이라 한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포스코는 여기도 찾아갔다. 고등학생들을 위해 PC 50대에 헤드폰과 마이크를 연결한 영어 시청각실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세실리아 수녀는 “이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포스코가 지원하는 이 학교 학생들의 기업방문 얘기였다.

멕시코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기업방문이란 과목을 마쳐야 한다. 일종의 현장실습인데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직장으로 자녀와 친구들을 초청한다. 하지만 소녀의 집 학생들은 60%가 고아다. 20%는 한부모가정 출신이다. 남은 아이들은 부모가 있어도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려는 학생이다. 그래서 부모 또는 친구 부모의 직장을 견학한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다.

포스코 MPPC는 이들을 매년 푸에블라 공장으로 초청한다. 500명이나 되는 졸업반 학생이 모두 포스코를 방문하려면 한 번에 50명씩 찾아와도 열흘이 걸린다. 이 기간 내내 각 부서 팀장들이 강사를 맡아 하루 네 시간씩 학생들에게 포스코를 설명한다.

○ 포스코와 멕시코

이런 노력에 비하면 포스코는 멕시코 사회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포스코가 만들어준 어학실습실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에게 물었다. “포스코를 아니?” 학생이 대답했다. “이 방 만들어 준 회사요.” “뭐 하는 회사인지는 아니?” “몰라요.”

오전에 만난 고메스 교장은 포스코가 어떤 회사인지 아느냐고 묻자 “폴크스바겐 자동차 납품업체”라고 대답했다. 푸에블라 지역에서 가장 큰 회사가 폴크스바겐이고 포스코는 이곳에 차량용 철판을 판매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포스코로서는 억울할 것 같았다. 멕시코는 폴크스바겐, 닛산, GM,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는 나라다. 철강 수요가 엄청나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포스코는 노력에 비해 존중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학교 건물을 빠져나오는데 세실리아 수녀가 하늘색 셔츠의 포스코 직원을 보고 반갑게 끌어안았다. “알마!” “마드레(수녀님)!” 이날 취재에 동행했던 포스코 MPPC 직원 알마 산체스 씨였다. 그녀는 소녀의 집 졸업생이다.

산체스 씨는 “포스코가 딱히 한국 회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 마을의 우리 회사”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미 멕시코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린 ‘토박이 회사’였다.

동아일보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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