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냐, 금이냐?”/박희권 주 페루 대사(2.12)
관리자 | 2012-02-13 | 조회수 : 1333
“물이냐, 금이냐?”/박희권 주 페루 대사
2012.2.12
"Agua u Oro?(물이냐, 금이냐?)"는 페루 우말라 대통령 신정부의 중요한 화두다. 현재 페루에서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한 광산개발 시위가 확대일로에 있다. 지난해 대선 때 우말라 후보를 지지한 노조세력 및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도하는 광산개발 반대시위로 페루 최대 광산 프로젝트인 콩가(투자액 약 45억달러), 티아 마리아(약 40억달러), 토케팔라(약 40억달러)에서 대형 광산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러한 개발 중단 사태는 여타 광산 프로젝트로 확산되는 추세다.
광산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위의 핵심 요구는 공통적으로 물이다. 수자원 보호를 위해 광산개발이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발 반대 여론에 따라 페루 정부는 페루 최대 규모의 라오로야 제련소 가동을 중단시켰다. 즉 이 제련소의 최대주주인 미국 회사 도런(Doe Run)이 페루 정부가 정한 환경복원 프로그램 및 거주민 지원프로그램 등을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7월쯤 제련소 가동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이에 따른 법정싸움이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페루 정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물도 중요하지만 인구의 35%에 달하는 절대빈곤층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금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루 경제는 에너지 및 광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에 힘입어 2000년 이래 연평균 7% 이상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해 왔다. 특히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좌파성향의 우말라 대통령은 사회약자 포용정책의 일환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자원개발초과이득세(windfall tax)를 신설하고 광업세 등을 인상, 그 재원으로 사회계층 통합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산 개발을 둘러싼 사회적 분쟁이 확산됨에 따라 페루에 투자하는 외국 광업사 및 투자자들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물이냐, 금이냐?'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한 우말라 정부가 콩가 등 대형 광산 분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현 정부의 사회분규 해소 의지 및 능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페루에 우리 기업이 투자진출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주민의 최대 관심사항인 환경 친화적 진출이 되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한 투자에 앞서 프로젝트 계획단계부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설명회를 개최하고 건강, 교육, 문화 등 지역사회 발전방안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등 소통 및 신뢰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주민이 광업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경오염 및 부정적 이미지를 유화·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의 일환으로 병원과 학교 건설 등 사회개발프로그램을 마련, 지역의 낙후된 삶을 개선하는 데 광업사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물이냐, 금이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개발과 환경보호라는 상반된 필요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는 자원개발의 영원한 숙제다. 이러한 숙제에 대해 우리 기업들도 투자진출하는 국가의 여론과 사회적 논란을 주시하면서 대비책을 사전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 3월 주페루대사로 부임한 후 우리 에너지·자원기업 진출현장을 순방한 바 있다. 4000m가 넘는 광산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자원을 캐내는 모습에 감동했을 뿐만 아니라 해상석유광구에서 거대한 파도와 싸우며 석유를 채취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또한 아마존 정글에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면서 각종 질병과 싸우면서 에너지·자원 확보에 힘쓰는 모습에 뿌듯한 감동을 느낀 바 있다.
내실 있는 자원외교를 수행하기 위해 필자는 주재국 정부라는 전통적인 외교 행위자를 뛰어넘어 이곳의 지방정부, 시민, 노조 지도자, 환경단체, 미디어 등 다변화된 주체 및 대상과 다양한 영역에서 효율적인 복합외교를 수행함으로써 국익 보호 및 증진에 만전을 기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파이낸셜뉴스 차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