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가세 환율전쟁 불붙나
2012.3.14
"헤알화 절상 막자" 금융거래세 범위 대폭 확대
라틴 아메리카의 '맹주' 브라질 경제가 심상치 않다.
선진국의 통화 완화정책에 따른 헤알화 절상이라는 악재 속에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민속에 브라질 정부는 12일(현지시간) 헤알화 절상을 저지하기 위해 자국 채권 투자 외국자본에 부과하는 6%의 금융거래세(IOF)의 과세 범위를 만기 5년이하의 모든 해외차입으로 확대했다. 이번 달 초 2년 이하에서 만기 3년 채권으로 확대한 후 이번 달 들어서만 세 번째 조치다.
◇브라질 정부 헤알가치 낮추기 총력
앞서 브라질은 단기성 해외자금 유입에 따른 헤알화 절상이 자국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지난해 기업의 해외 차입 달러화에 부과하는 IOF 세율을 2%에서 4%인상 한 후 6%로 높이고, 지난해 4월에는 IOF 과세 대상을 만기 1년 이하에서 2년 이하로 조정한 바 있다.
브라질은 금융위기 후 미국 등 선진국의 초저금리 등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핫머니(투기성단기자금) 유입이 헤알화를 과도하게 절상시켰다고 주장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미국과 유럽을 향했던 총구를 중국에도 겨누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통화덤핑제안'을 제출하고 환율조작국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동안 중국-미국 간 환율논쟁에서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던 브라질은 자국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이 위안화 저평가로 인한 것이라는 판단에 이례적으로 중국에 불리한 규제를 요청한 것이다.
하루전 엔화의 추가 절하 필요성을 주장한 일본 정부, 여기에다 위안화가 균형수준까지 도달해 추가 절상이 필요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내놓은 중국과 더불어 브라질까지 자국 통화 절하를 재차 시도하며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 고조…금리 인하는 제한적 카드
브라질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신호는 지난 주 발표된 산업생산이 3년 내 가장 큰 감소세를 기록하며 한층 불거졌다. 산업생산은 브라질 경제의 23%를 차지한다.
1월 산업생산은 전달대비 2.1% 줄어들며 예상치 0.8%의 2배를 상회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2009년 9월 후 가장 큰 3.4%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기업 투자 척도인 자본재 생산이 지난해보다 13% 급감했으며 내구재 생산도 7.6% 줄었다. 지난해 자동차 수입이 30% 늘어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브라질의 경기 둔화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럽 역풍에 소비 심리 위축이 본격화되며 3분기 민간 소비가 2008년~2009년 경제위기 후 0.08%라는 첫 감소세를 기록한 것. 브라질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1% 감소한 후 4분기 0.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피했다. 그나마 소비지출 회복이 제조업 부진을 상쇄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010년 7.5%에서 2.75%로 급격하게 둔화됐다.
12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브라질의 올 1월 경기선행지수는 93으로 주요국 중 가장 낮았다. OECD 34개 선진국의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째 상승하며 100.9를 기록한 반면 브라질은 무려 13개월 째 하락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경기의 팽창과 하강을 의미한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돱브라질의 경기적 어려움이 헤알 강세를 멈추게 할 것돲이라며 돱헤알이 20% 절하돼야 지속가능한 수준돲이라고 밝혔다. 잔키엘 산토스 에스피리토 산토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돱헤알 강세로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돲고 전했다.
경기둔화 우려는 지난 주 브라질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주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셀릭을 0.75% 포인트 내린 9.75%로 인하했다.
그러나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돱인플레 전망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있어 브라질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추세가 제한될 것돲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브라질 중앙은행은 12일 주간 보고서에서 브라질 기준금리가 인플레 억제를 위해 내년 말까지 두 자리 수로 다시 인상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셀릭이 올해 말 9%까지 낮아질 수 있으나 2013년 10%로 다시 인상될 것이라 예상했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