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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원전 위험’에 둔감한 중남미(3.18)
관리자 | 2012-03-20 |    조회수 : 1214
[국제칼럼]‘원전 위험’에 둔감한 중남미

2012.3.18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라틴아메리카에도 탈원전 바람이 잠깐 분 적이 있다.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페루, 볼리비아가 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미국과 원전 기술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칠레도 엉거주춤한 상태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대개 안데스 국가들은 태평양의 판 운동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원전 사고의 후유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들 나라에는 반핵운동을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가 허약하기 때문에 후쿠시마 사태는 그냥 외신으로 흘러갔다.

라틴아메리카에 원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역의 전력공급은 수력이 51%, 화력이 46%를 담당하고 있고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사이클이 변하고 있고, 수력발전의 공급 안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전력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지라 원전 건설은 나름대로 주요한 대안으로 취급되고 있다. 게다가 가끔 대형 정전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으니, 원자력 발전에도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브라질은 이미 2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고 앙그라 제3호가 2015년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임기 중에 2기를 더 발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책에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기준은 미흡하다. 만약 앙그라에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5㎞ 내의 주변 지역 주민을 소개하기로 되어 있지만, 이는 후쿠시마의 20㎞ 기준에는 크게 미달한다. 인구 17만명의 앙그라두스헤이스 시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멕시코의 라구나베르데 원전은 전력공급의 2.4%를 담당하고 있다. 연방전력공사에 따르면 2024년에는 원전의 공급량이 10%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칼데론 대통령을 포함해 원전 추종자들은 베라크루스의 라구나베르데가 강진 발생지역도 아니고, 쓰나미의 발생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반핵 운동세력은 정부의 대책 부재를 질타해 이 지역이 지진에서 안전한 지대가 아님을 강조한다.

아르헨티나는 작년 9월에 가동하기 시작한 아투차 제2호기를 포함해 총 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다. 이 나라는 소형 원자로를 100% 자력 기술로 건설하여 루마니아, 페루, 알제리아, 이집트, 호주에 수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4기 원전 건설과 우라늄 농축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아르헨티나 핵 전문가들은 아투차 원전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내륙 지대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 지역에서 핵에너지의 군사적 이용은 현재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군정 시절에 핵무기 개발경쟁을 벌였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990년에 포스두이과수에서 공동핵정책을 선언하고, 무기개발을 포기했다. 이어서 양국은 1년 뒤에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핵물질의 공동통제 시스템을 확립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서 조그만 변화가 보인다. 2008년에 브라질은 전격적으로 핵잠수함 진수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룰라 대통령은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협정을 맺어 핵잠수함 기술과 물질을 이전받기로 했다. 2015년에 완성될 핵잠수함은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브라질의 해양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라곤 하나 이웃 국가 아르헨티나를 자극할 수도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원전 선호도는 지리적 위치와 관계가 깊다. 태평양 판 운동에 노출된 지역들은 후쿠시마 이후 원전 도입을 꺼린다. 반면 대서양 연안 국가들은 내륙이 안전하므로 후쿠시마의 위험을 가볍게 보는 것 같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에서 원전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경향신문 / 이성형  서울대 라틴아메리카硏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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