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에 방패 꺼내든 브라질
2012.3.18
고(高)성장의 대명사였던 신흥시장국들이 경기 둔화에 직면하면서 자국 경제 보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시장 중에서 브라질의 행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브라질 헤알화 가치 절상을 억제하고,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새로운 조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의 제조업이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브라질은 원자재만 수출하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것을 지켜만 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브라질 정부와 중앙은행은 헤알화 가치 절하를 위해 공공연히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였다. 지난달 28일 헤알화 환율이 달러화 대비 1.689헤알까지 내렸을 때도(헤알화 절상) 중앙은행은 작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로 달러화를 매수했다. 꾸준한 개입으로 헤알화 환율은 지난달말 대비 4.6% 하락하며 16일(현지시각) 1.7998헤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과거와 비교할 때 헤알화는 큰 폭으로 절상돼 있다. 지난 8년 동안 61% 급등했고, 이는 신흥시장 중에선 최대 수준이다. 헤알화 절상 폭이 커지면 브라질 기업들의 수출 상품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 특히 중국에서 밀려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은 브라질 제조업에 타격을 입혔다. 실제 지난 1월 브라질 산업생산은 자동차 생산 급감으로 전달보다 2.1% 감소했다.
자국 경제 성장에 위기를 느낀 브라질은 속속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만테가 장관은 “일부 산업 부문에만 적용되던 세금 면제 범위를 더욱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200만명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브라질 최대시장 중 하나인 직물·의류 산업도 면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 급여의 20%에 달하던 사회보장세가 면제되는 대신 매출에만 세금이 부과되면 기업들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를 높이거나, 자국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거래세 강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만테가 장관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점점 확산돼 가는 보호 무역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브라질은 우리가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방어’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브릭스 국가인 인도도 비슷하다. 인도 분기별 성장률은 2009년 9%대에서 작년 4분기 6.1%까지 추락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이를 9%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16일 인도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목표가 당초 4.6%에서 5.9%로 높아지며 성장 우려가 더 커졌다.
최근에는 인도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면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자국 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인도의 최대 면 수입국인 중국이 반발하면서 곧바로 철회됐다. 작년 세계무역기구(WTO)는 “인도는 다른 국가의 수입품에 반덤핑 및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가장 많이 취한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비즈 이새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