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사장, 페루서 전화번호부 뒤져보더니… (4.1)
관리자 | 2012-04-02 | 조회수 : 1069
삼성전자 부사장, 페루서 전화번호부 뒤져보더니…
2012.4.1
유두영 삼성전자 중남미 총괄 부사장 인터뷰
중남미 진출 4년만에 매출 4배 ↑
올해 매출 100억달러 달성 목표
"전통적인 강세를 이어가는 TV뿐 아니라 휴대폰도 노키아 아성을 뚫고 1위를 달성했습니다. 최근 노트북까지 1위에 올랐지요.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여 나간다면 중남미 전체로 100억달러 판매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삼성 중남미포럼에서 만난 유두영 중남미 총괄 부사장이 밝힌 포부다. 그는 4년 만에 중남미 시장 매출을 4배로 키워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중남미 총괄 전체 매출 100억달러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중남미 국가는 지난 5년간 평균 4%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 경제는 최근 기세가 약간 꺾였지만 여전히 튼튼하며, 광물자원 수출 등으로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까지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유 부사장은 "이제 중남미 사람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일종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ㆍ페루 FTA까지 발효됐고 한류 바람도 거세 올해도 중남미 시장에서 25% 이상 성장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자신감에 넘치지만 페루는 30여 년 전에는 공략할 수 없는 상대로 느껴졌다.
유 부사장은 입사 이듬해인 1980년 페루 리마 공항에 가방 하나만 메고 내렸다. 당시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해 한국과 거의 교류가 없었던 이곳에 TV를 팔겠다는 일념으로 혈혈단신 입국한 것이다.
"당시 여관에 머물면서 도대체 어떻게 TV를 팔까 고민을 했지요.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불현듯 전화번호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여관 주인에게 전화번호부 책을 달라고 했어요.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마다 무조건 전화를 돌렸습니다. `당신네 가게에 TV를 팔러 왔다`고 했죠. 처음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카탈로그를 들고 끝도 없이 가게를 들락날락하며 가격을 협상했다. 여관에 들어와 전산 시스템을 통해 한국에 협상 상황을 알리고 지시를 받아 다시 재협상을 했다.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고객을 하나둘 확보하기 시작했더니 본사에서도 반응이 왔다.
"제가 영업을 잘했다기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준 본사 힘이 더 컸지요. 판매처가 확대되니까 현지 사정에 알맞은 제품을 개발해 주더군요. 그러니 페루 도매상들 만족도가 급격히 올라갔고, 저도 신이 났지요."
삼성전자가 페루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1등 공신 제품은 전자레인지다. 당시 페루 현지 요리 조리법에 맞게 설계한 전자레인지가 히트를 하면서 이 제품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셰프 삼성`이란 이름이 오히려 전자레인지를 뜻하는 단어가 됐을 정도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페루에서 TV, 휴대폰, 모니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다수 가전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년 전 지사를 확대해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이 두 배나 성장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페루에서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어요. 정말 기뻤지요. 청춘 시절 막무가내로 와서 온갖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애착 때문이라고 할까. 현재 근무지는 시장이 가장 큰 브라질이지만 그래도 자꾸 눈길이 페루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매일경제 이동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