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남미계 "히스패닉도 라티노도 아닌 미국인"
2012.4.6
미국에서 '흑인(black)'이라는 말은 이제 잘 쓰이지 않는다. 대신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이 '표준어'가 됐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히스패닉'이나 '라티노'라는 호칭도 이제 뒷전으로 밀려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디트로이트 교외에서 자란 헬렌 이리스 토레스는 자신을 '푸에르토리칸'이라고 말한다.
스페인어를 주로 사용하는 인구 집단을 지칭하는 '라티나(latina)'라고 말할 때도 있다.
전에는 그냥 '히스패닉'이나 '라티노'라고 하던 중남미계 미국인들이 출신국가를 적시하거나 아예 미국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5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퓨 히스패닉 센터에 따르면 중남미계의 25%는 여전히 '히스패닉'이나 '라티노'라고 말하지만 21%는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인'으로 규정했다.
'히스패닉'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미국 정부가 멕시코나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옮겨온 사람들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서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스페인어 사용 인구 집단은 '히스패닉'이라는 용어를 반기지 않았다. 단순히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 자신들의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본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백악관은 '라티노'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라티노'의 정의 역시 너무 광범위하고 유동적이라 정확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미국에 건너와 출신 국가의 문화 유산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젊은 층은 최근 새로운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델리아 아리가는 "나는 멕시코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인이 아니다. 히스패닉도 라티노도 아니다"라며 "나는 '서류미비 미국인'이다"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서류미비 미국인'은 불법 체류자의 자녀를 지칭한다.
아리가는 또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나는 멕시코 문화를 겪어보지 못했다. 겪어봤다 해도 그건 미국화된 멕시코 문화일 뿐"이라면서 "나는 내가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퓨 히스패닉 센터 조사에 응한 중남미계 미국인 절반은 자신을 "전형적인 미국인"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전형적인 미국인과 아주 다르다"고 답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