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들에 뒤통수 맞는 스페인, '설상가상'(5.2)
관리자 | 2012-05-02 | 조회수 : 1222
남미 국가들에 뒤통수 맞는 스페인, '설상가상'
2012.5.2
스페인이 아르헨티나에 이어 볼리비아에서도 유탄을 맞았다. 스페인 기업들이 소유한 남미 기업들이 잇따라 국유화하면서 허공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막대한 부채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유럽 재정위기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스페인이 또다른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송전업체 TDE(Transportadora de Electricidad)를 국유화한다고 밝혔다. TDE는 스페인 전력회사인 REE(Red Electrica de Espana)가 2002년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다. 이 발표는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의 석유기업인 렙솔(Repsol)이 최대 주주인 자국 기업 YPF를 국유화한다고 밝힌 지 2주 만에 나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서 “자원 주권과 기간 서비스 회복을 위해 싸워 온 근로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이 소유한 TDE 본부에 군력을 동원해 시설을 장악하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에 대한 REE의 투자 규모가 작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발단이 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노동절마다 해외 기업이 투자한 자국 기업의 국유화 계획을 발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엔 영국 에너지기업 루어렉(Rurelec)도 갑작스런 국유화 통보를 들었다. 루어렉은 국제 분쟁을 중재하는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상설중재재판소(PCA)에 1억40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피터 얼 루어렉 최고경영자는 “그는 노동절마다 뭔가를 국유화했다”며 “이제 연례 행사가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타격이 크다. 보름 사이 남미 국가들에게 잇따라 뒤통수를 맞으면서 해당 기업들의 신용도 추락은 물론 외교적 분쟁 확대 우려까지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YPF 경영권을 뺏긴 렙솔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중에선 가장 낮은 ‘BBB-’로 강등했다. 미국 컨설팅사인 유라시아그룹의 크리스토퍼 가먼은 “볼리비아가 노동절에 국유화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특이하지 않지만 대상이 스페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 것”이라며 “일련의 사태는 현 스페인 정부에 끔찍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YPF 국유화 사태 후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호세 마누엘 소리아 스페인 산업장관은 “아르헨티나와 무역 거래에서 적대적인 수단을 통해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했다. 국제 사회도 거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가 YPF를 국유화하면 투자환경이 나빠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유럽연합(EU)도 스페인 편에 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아르헨티나산(産) 바이오디젤 수입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 전부다.
남미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스페인 기업들은 잇따른 기업 국유화 조치에 좌불안석이다. 갑작스럽게 경영이 중단되면서 신용도가 추락하고, 복잡한 보상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렙솔은 YPF 국유화 대가로 아르헨티나 정부에 105억달러 보상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REE 대변인은 “현재 볼리비아 정부와 적절한 보상금 규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조선비즈 이새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