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유럽에 호통
2012.5.17
긴축정책 앞세운 지도자들,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 "위기 다루는 방식 잘못돼"
신흥 경제국 브라질이 경제·정치 불안으로 흔들리는 유럽을 향해 잇따라 '호통'을 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64·사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부지출 축소, 근로자 해고와 같은 긴축정책을 앞세운 유럽 지도자들이 잇따라 선거에서 패배했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위기를 다루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정치 불신은 프랑스와 그리스, 독일 일부 지역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호세프는 최근 "미국·유럽의 저금리·통화팽창 정책이 신흥국의 성장을 저해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이 (서구 독점에서 벗어나) 민주적으로 개혁돼야 한다"며 강경 발언을 해왔다. 자국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지난해 리비아 내전에 대한 서구의 군사개입이나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서구와 반대논리를 펼쳤다.
물질적 지원을 통한 '인심 쓰기'도 적극적이다. 호세프는 지난해 말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유럽 정상들과 만나 "우리에게 기대도 된다"고 호언한 뒤 IMF에 100억달러를 지원했다. 특히 브라질을 식민통치했던 포르투갈에 대해선 포르투갈 국채 매입과 브라질 국채 조기환매로 '구명줄'을 던져줬다.
포린폴리시(FP)와 로이터통신은 호세프 대통령이 경제 성장에 걸맞은 정치 위상의 격상을 요구하며 '파워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은 올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 호재로 약 3년 후엔 프랑스까지 제치고 5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프는 "유엔이 현 국제사회 질서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도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 정시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