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콜롬비아 FTA 중남미 내수시장 전초기지 확보
2012.5.25
중남미 5위권 경제시장
석유·니켈등 자원 풍부
車·선박수출 확대 기대
"중남미 자원부국을 상대로 우리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통상교섭본부 관계자)
지난 3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북미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한 정부가 이번엔 남미의 핵심 시장인 콜롬비아를 ’FTA 영토’로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다음달 멕시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직후 통상장관급 한ㆍ콜롬비아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한ㆍ콜롬비아 FTA는 △안정적인 현지 자원투자 △중남미 핵심 내수시장 확보 △자동차ㆍ부품 수출 극대화 등 경제적 효과가 상당해 연내 발효 시 유럽 재정위기 속에 우리 경제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양국 교역 현황을 보면 한국은 자동차ㆍ화학ㆍ조선 등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해 2009년 6억7200만달러, 2010년 9억5700만달러, 2011년 12억3400만달러 등 매년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교역 규모가 크지 않지만 콜롬비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중남미 내수시장 공략의 중요한 전초기지라는 게 정부와 우리 기업의 공통된 기대다.
양국은 지난 2008년 11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FTA 추진 필요성에 합의한 후 이듬해 12월 첫 협상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 4월까지 총 6차례의 본협상 과정을 통해 서비스ㆍ정부조달ㆍ전자상거래ㆍ통관ㆍ무역구제ㆍ경쟁ㆍ무역 관련 기술장벽(TBT) 등 13개 챕터 문안에 합의했다.
양국은 다음달 협상 타결 공식 선언 때까지 지식재산권ㆍ투자 등 잔여 쟁점을 모두 마무리하고 연내 한ㆍ콜롬비아 FTA를 공식 발효할 계획이다. 콜롬비아는 인구 4600만명의 중남미 5위권 경제시장으로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해 고관세(자동차 35%)를 유지하고 있어 협정 발효 시 상당한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와 통상전문가들은 한국이 그간 체결한 주요국과의 FTA 중에서도 한ㆍ콜롬비아 FTA가 양국 산업 간 가장 이상적인 ’상호 보완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콜롬비아의 대한국 수출 품목이 커피, 바나나, 석유, 광물, 의류 등 1차 상품에 집중된다면 한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석유화학제품, 선박 등 기술ㆍ자본집약적 상품이 월등히 높아 전형적인 ’산업 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의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특히 석유, 동, 니켈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면서도 중남미 국가 중 가장 우호적인 외국인 투자 환경을 갖춘 나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중남미 자원부국들이 까다로운 외국인직접투자(FDI) 제한 조치를 취하는 반면 콜롬비아는 오히려 FDI의 50% 이상을 자원 분야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국토의 70%가 아직까지 석유 미탐사 지역이라는 점도 우리 기업에 매력적인 투자 요소다. 게릴라 활동 등 치안 불안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만 탐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주요 생산 원유는 경질원유로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주요 남미산 원유와 비교해 품질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이노베이션, 한국석유공사, 동양시멘트 등이 현지 석유광구 탐사ㆍ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식경제부는 작년 9월 콜롬비아 정부와 유전개발 및 관련 인프라를 연계한 대형 건설사업인 ’룩 아시아 프로젝트(Look Asia project)’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원유생산량은 2006년 55만9000배럴에서 2010년 81만배럴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원부국과의 FTA라는 전략적 가치뿐 아니라 콜롬비아는 핵심 커피 원두 생산국이라는 점에서도 국내 소비자 후생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콜롬비아산 조제커피(볶은 커피)에 부과되는 관세는 8% 수준으로, 정부 관계자는 "커피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커피값에도 하락 요인이 발생해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