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에콰도르 문화교류 대폭 늘려야
2012.06.22
정인균 대사 "한류 업그레이드 위해선 정통문화 필요"
"올해는 한국과 에콰도르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덕분에 문화행사가 많이 열립니다만 실은 평상시에도 양국간 문화예술교류를 현재의 서너 배 수준으로 늘려야 합니다."
에콰도르 주재 정인균(54) 대사는 지난 14일 저녁 에콰도르 과야킬시 시몬 볼리바르 문화센터에서 있은 한국국제교류재단-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공동주관 2012 중남미 한국무용특집 공연을 관람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간 문화교류 증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의 대(對)에콰도르 수출이 공식적으로 연 9억 달러, 실질적으로는 12억 달러를 웃돕니다. 반면 수입은 1천만 달러 수준을 맴돌다가 작년에 처음 3천만 달러로 올라왔습니다. 이 나라 관리들이 무역역조 얘기를 꺼내면 사실 미안해서 할 말이 없죠. 이런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문화교류 증대는 꼭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에 대한 에콰도르인들의 관심과 호감은 한 마디로 엄청나다. "천국의 계단" 등 드라마와 K팝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500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해도 300명 정도로 추산됐지만 최근 들어 또다시 급증했다는 것. 교민들은 현재 이곳저곳 장소를 빌려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조만간 좀 더 큰 공간을 얻어야 할 판이다. K팝 동호회는 수도인 키토에 두 곳을 포함, 전국적으로 네 군데에 이른다.
14일 공연은 물론 이틀 뒤 두 번째 공연에서도 티아라 팬클럽 회원들이 몰려와 전통춤, 현대무용, 비보이 등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무용수들에게 사진촬영과 사인을 요청해 한국 붐의 열기를 다시 한 번 실감시켰다. 이후 에콰도르 제3의 도시 쿠엔카 공연에서도 막이 내린 뒤 관객 200여 명이 무대로 올라가는 바람에 공연장 출입문을 제때에 닫지 못하는 등 한동안 혼잡이 빚어졌다.
"게다가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틈만 나면 한국을 배우라고 외치는 친한파입니다. 정치적 성향으로는 좌파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거의 예찬론자 수준이죠. 방한 당시 관람한 태권무와 전통춤 공연에 감명을 받아 이들을 에콰도르로 초청하기도 했고요."
코레아 대통령은 매주 열리는 국민과의 대화 시간에도 평균 2-3주에 한 번꼴로 한국을 언급한다는 것이 정 대사의 전언이다.
최빈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변신한 한국인의 근면과 창의성을 배우자는 것.
이처럼 한국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의 호감도가 높을 때 우리 문화를 적극 소개해 한국이 경제적 성공과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 전통과 깊이, 그리고 첨단을 아우르는 진정한 문화국가임을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대사의 신념이다.
현재 에콰도르에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봉사단원 70여 명이 파견 나와 각지에서 활동 중이며 쿠엔카 비엔날레 사무국 한쪽에 자리 잡은 한국문화교육관(관장 정정섭)에서는 전통공예 등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강연과 실습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우리 경제성장사에 있어 매우 상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197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의 포니를 최초로 수입한 나라가 바로 에콰도르였던 것. 지금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의 60%가 한국산이다. 안데스 산맥의 험준한 지형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만든 현대, 기아 등 한국산 차량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과 전자제품 외에도 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 등 중장비 역시 주요 수출품목이다. 최근에는 SK와 포스코도 진출해 있다.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발전설비를 기증했고, 코이카는 250만 달러 규모의 영농지원을 해주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양국 경제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협력 세미나를 여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이럴 때 "문화한국"의 이미지를 확실히 새겨놓아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국민도 에콰도르를 비롯한 중남미 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짝사랑보다는 서로 사랑이 더 좋은 결실을 보지 않겠습니까."
(과야킬<에콰도르>=연합뉴스) 이종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