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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 진출의 무한 가능성 확인 (6.22)
관리자 | 2012-06-22 |    조회수 : 1056
한국무용 진출의 무한 가능성 확인

2012.06.22

<2012 중남미 한국무용특집 결산>

한국무용 진출의 무한 가능성 확인
향후 체계적 접근과 집중투자 필요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중남미 3개국 6개 도시에서 진행된 "2012 중남미 한국무용 특집(Korean Dance Express)"은 향후 이 지역과의 무용교류 방향과 전략을 한층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해 준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공동주관으로 쿠바(아바나, 피나르델리오), 콜롬비아(칼리, 팔미라), 에콰도르(과야킬, 쿠엔카)에서 전통춤, 현대무용, 비보이와 힙합 무용수, 그리고 스태프 등 총 24명 규모의 한국무용단이 10여 회의 공연을 펼쳤다. 행사는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기립박수와 공연 후 쇄도하는 현지 관객들의 사인 및 사진촬영 요청 등으로 무용을 포함한 한국문화에 대한 중남미인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충분히 실감케 했다.

이러한 환대는 자연스레 차후 각종 축제와 행사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첫 방문국인 쿠바에서는 세계적인 도시춤축제 아바나 비에하의 이사벨 부스토스 총감독이 지난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한국팀이 올해 불참한 데 대해 아쉬운 감정을 토로하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참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양국 무용가들의 공동창작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사벨 부스토스 감독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화답했다.

콜롬비아에서는 한국팀을 초청했던 인콜발레축제의 글로리아 카스트로 마르티네스 감독이 내년에 발레작품을 포함해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제안했다. 중남미 발레계 최고위급 인물인 카스트로 여사는 최근 각종 경연대회를 제패한 한국 발레의 국제적 위상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에콰도르인들은 더욱 뜨거운 열기로 한국의 춤을 받아들였다. 과야킬의 무용축제에서 한국무용단의 두 차례 공연을 모두 관람한 한 민속무용축제 책임자는 "내년부터 무조건 한국무용단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왔다. 남미 일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그는 에콰도르는 물론 인접 국가들에 한국무용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겠다고 자처하면서 공항에까지 나와 출연자 전원에게 선물을 안겨주고 갔다. 역시 공항에 환송 나온 K팝 동호회 회원들은 "뉴스를 보니 쿠엔카에서는 한국춤 워크숍을 했던데 왜 과야킬에서는 안했느냐"며 내년에는 공연과 함께 반드시 강습을 병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 방문지인 쿠엔카에서는 아예 내년부터 상호교류를 정례화하자고 나섰다. 공연예술뿐 아니라 민속학, 인류학 등 양측 공동관심사를 찾아 학술교류와 무대공연을 병행하자는 것. 원주민 문화와 스페인 식민시대의 유적을 함께 잘 보존하고 있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쿠엔카는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도시답게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문화교류에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엄청난 호응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우선은 최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한국 대중문화의 강력한 영향력을 생각할 수 있다. 이번 공연단이 비보이가 섞이긴 했어도 전통춤과 현대무용 등 본질적으로는 대중춤이 아니라 순수무용, 예술무용이었음에도 공연 때마다 사인과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한 것은 상당 부분 한류의 영향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심지어는 출연자가 아닌 무대 스태프와 기자까지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때마다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한 나라 대중문화의 위력이 고급문화에 대한 호감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게다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현지 봉사활동도 한국의 이미지를 고양하고 있다.

둘째는 최근 10여 년 사이 부쩍 높아진 한국무용의 국제적 위상이다. 전통춤은 물론 서양무용인 발레와 현대무용에서도 한국인 무용수들의 기량은 가히 세계적이어서 외국 주요 무용단에 캐스팅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파리 오페라 발레 정단원으로 승격한 박세은도 그렇지만 이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를 비롯해 많은 주요 무용단에 한국인들이 발탁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것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이다. 이번 순회공연에 참가했던 조성국(라스트포원 대표)과 오세빈, 이성민이 바로 그들이다.

나아가 창작능력을 최대 핵심으로 하는 현대무용도 최근 안무력 향상에 따라 국제무대에 초청받는 경우가 현저히 늘고 있다. 이번 공연에 참가한 김성한, 이광석을 비롯해 상당수의 현대무용가가 유럽과 미주지역에 초청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현재 순수예술무용, 대중무용 할 것 없이 전 장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K팝 댄스 역시 이런 기초예술의 저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다.

셋째는 프로그램 구성의 차별성이다. 이번 순회공연에서는 일반적인 국제축제 관행과 달리 전통춤, 현대무용, 비보이 등 같은 무대에 함께 서기 어려운 이질적인 춤들을 혼합해 프로그램을 구성, 남미지역에 한국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일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쿠엔카 아우스트로 국제무용제의 예술감독 마르틴 산체스 파레데스도 "이질적인 춤을 한 무대에 응축시키고 또 풀어내는 놀라운 연출력"이라는 말로 높이 평가했다. 이는 남미 지역에서 한국춤 전반을 단기간 내에 알리기에는 이런 방식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한국 측의 사전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남미는 무용 분야에서 한국의 파트너가 되기에 매력적인 조건을 지니고 있다. 우선 원주민의 전통과 스페인 식민통치에서 생겨난 혼합문화 등 다양한 민속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전통예술에 강한 우리와는 교류할 일이 많아 보인다. 살사와 삼바, 메렝게 등에서 보듯 이들은 춤과 음악에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유럽의 영향을 받아 발레에도 강하다. 미국과 서유럽의 주요 발레단에는 중남미 출신 무용수들이 즐비하다. 모리스 베자르가 평생 아꼈던 무용수 조르주 동(호르헤 돈)도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최근 신흥 발레강국으로 떠오른 우리와 공유할만한 부분이 적지 않을 터이다. 현대무용의 경우, 우리와 마찬가지로 구미에서 배워다 자기화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우리와는 공동 관심사가 많다. 현대무용의 전반적 수준에서는 우리가 다소 앞선 것으로 보여 향후 공동창작 등 적극적인 교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앞으로 중남미에서 무용 등 한국 공연예술의 위상을 높이려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아직 한국의 공연예술이 많이 소개된 상태는 아니다. 정부 행사 외에 일부 예술가들의 개별적, 산발적인 진출이 있었지만 대륙의 특성과 국가별 취향 등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은 사실상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공연 소개의 차원을 벗어나 장기적인 정책과 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필요하다.

(쿠엔카<에콰도르>=연합뉴스) 이종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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