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전직 대통령 추방요구에 美 거부
2012.09.08
폭력·부패 연루 혐의로 재판 예정
볼리비아 정부가 유혈폭력 사태를 주도하고 부패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전직 대통령의 추방을 미국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날 남부 타리하에서 한 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전 대통령(1993~1997년, 2002~2003년 집권)의 추방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볼리비아 신문들도 미국 정부가 로사다 전 대통령의 추방을 거부한 사실을 일제히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로사다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0월 초 수도 라파스 인근 엘 알토 시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면서 군병력을 동원해 63명의 사망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은 10월'로 불리는 당시 시위는 볼리비아 정부가 칠레를 거치는 미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 계약 체결에
반대해 일어났다.
볼리비아 정부는 유혈사태와 부패 혐의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로사다 전 대통령의 추방을 요구해 왔으나
미국 정부는 이미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사실을 들어 거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시민 사회가 군사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는 편지를 보냈으나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는 범죄자를 돌려보내지 않으려는 핑계"라고 비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또 로사다 전 대통령을 볼리비아 국민에 해를 끼치고 미 제국주의를 위해 일한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주권과 존엄성을 존중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중남미 지역 범죄자들이 미국을 도피처로 삼고 있으며, 미국은 중남미 범죄자들의
재활 국가가 되고 있다"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지난 2006년 강경좌파 성향의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 출범 이래 보수우파 야권 인사들이 줄줄이 볼리비아를
떠났으며, 이들은 대부분 미국행을 택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