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국가들도 베네수엘라 대선 '촉각'>
2012.10.04
차베스, 쿠바·니카라과 등에 석유 특혜지원
야권 대선후보 "집권하면 무상지원 없어" 단호
차베스 패배 시 좌파국가들 경제적 타격 예상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현지시간 7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남미 좌파국가들의 이목도 차베스의 승리 여부에 쏠리고 있다.
차베스의 당선 여부에 따라 석유를 통한 베네수엘라의 대대적인 경제 지원이 계속될 지가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4선 사냥에 나서는 차베스는 집권기간 풍부한 석유를 바탕으로 중남미 좌파국가들에 적극적인
경제 지원을 펴며 미국의 영향력, 미국식 자본주의에 맞설 지역 동맹체 구축을 추진해왔다.
특혜적인 조건에 석유를 제공하는 대신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체와 지역통합에 속도를 내온
것이다.
그간 베네수엘라의 석유지원에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로는 쿠바를 들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하루 11만5천 배럴의 석유를 제공하는 대가로 쿠바에서 4만명이 넘는 전문가를 파견받아 무상 의료 및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의사들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빈민지역 등지에서 현지 의료인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의료활동이나 교육을 제공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차베스의 무상의료 확대 중심에 쿠바 의료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쿠바는 베네수엘라에서 공급받은 석유로 일일 에너지 소비분을 충당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해 30억달러 상당의 석유가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 외에도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2010∼2011년 370개의 투자협정을 맺었을 정도로 국가 간 협력 관계가
매우 긴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쿠바로서는 차베스의 석유 지원이야말로 에너지 고민을 덜어주면서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게릴라 출신의 좌파 지도자인 다니엘 오르테가가 이끄는 니카라과도 차베스의 석유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나라다.
2005년 베네수엘라와 중남미 카리브 국가 간에 맺은 '페트로카리베' 계획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구입한
회원국이 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낮은 이자로 지불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일부 대금은 농산물로도 값을 수
있다.
니카라과는 '페르로카리베'에 힘입어 베네수엘라 석유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베네수엘라에서
연간 5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지원도 받아 빈곤문제 해결과 인프라 건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전폭적인 석유 지원은 차베스의 4선 성공에 따라 대폭 감소하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
차베스의 연임 저지에 나서는 범야권 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대통령이 되면 다른 나라에 차베스식 석유
지원은 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8월 "친구를 갖기 위해 (석유로) 그를 살 필요는 없다"며 "(집권하는) 2013년부터는 공짜 석유가 다른
나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카프릴레스의 입장이 완강한 만큼 그가 정권을 잡으면 쿠바와 니카라과 두 나라는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와 니카라과처럼 차베스로부터 직·간접적 지원을 받아 온 중남미 좌파국가들이 베네수엘라의 대선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