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전야…평온 속 긴장 팽배>
2012.10.07
선거운동 종료로 공개적 정치활동 없어
거리 유권자 표심 선명히 엇갈리는 분위기
"선거결과 못지않게 승복 여부도 정국 변수"
7일(현지시간) 우고 차베스(58)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도 카라카스는 평온한 가운데서도 정치적 긴장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이틀 전 선거운동이 마무리된 뒤로 거리에서 공개적인 정치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6일 차를 타고 둘러본
카라카스 도심은 캠페인에 사용됐던 후보 별 벽보와 사진, 대형 선전문구가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벽보 속 차베스는 4선을 자신한 듯 환하게 웃고 있고, 그의 대항마로 나선 엔리케 카프릴레스(40) 야권 후보도
거리 가로등마다 붙여진 선전물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정의'를 요구하며 차베스 침몰을 외치는 듯했다.
7일 치러지는 대선은 차베스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대선 때마다 당별로 후보를 내며 각개전투했던 야권이 젊은 주지사 출신인 카프릴레스 앞으로 한데
뭉친데다 카프릴레스의 인기가 차베스 목전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분석도 적지 않기 탓이다.
지리멸렬하게 무너졌던 예전의 야권과 판이한 모습이다.
한동안 암과 힘겨운 사투를 벌였던 차베스가 쉽지 않은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와 막바지 유세에 집중했던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베스와 카프릴레스의 이름이 적힌 선택지를 받아들게 될 유권자들은 투표를 앞두고 저마다 선명한 이유를
대며 후보 선택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14년 집권동안 차베스가 해준 게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시민에서부터 역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은
차베스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임에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까지 저마다 선명한 판단 속에 선거일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카라카스 공항에서 만난 60세 택시운전사는 차베스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그는 6일 연합뉴스에 "카프릴레스에 표를 던지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차베스에 대한 평가를 묻자 고개를 저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이
얻은 것은 없다"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국유화로 인해 외국인 투자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카라카스뿐만 아니라 지역 도로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아느냐"며 차베스
집권기간 상존했던 극심한 범죄문제를 지적했다.
20년간 택시운전을 해왔다고 밝힌 이 택시기사는 자신이 카프릴레스를 지지하는 것이 알려질까 봐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반면 차베스 지지자인 구스타보 초우리오(54)는 차베스가 14년간 쌓아온 '업적'을 높이 칭찬했다.
거리에서 책 가판점을 운영하는 그는 AP통신에 "차베스는 구원자"라며 "그는 국민을 일깨웠고, 국민은 연대와 연민이 진실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선거법상 선거일 일주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탓에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은 캠페인 동안 반복된 조사에서 차베스가 카프릴레스를 두자릿수 차이로 이길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조사기관은 카프릴레스가 수도 카라카스와 수도권 지역에서 차베스와 격차를 줄였다거나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내놓은 바 있어 대선 결과는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 선거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패배 후보의 반응 또한 그 못지않게
정국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누구 승리하든 선거에서 패한 측이 승복하지 않을 경우에는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네수엘라 비정부기구인 '베네수엘라 선거관측소'의 이그나시오 아발로스 소장은 AFP통신에 차베스의
패배는 시위를 촉발할 것이라며 "일요일(7일)에 있을 일이 아니라 월요일(8일)에 벌어질 일이 걱정"이라면서
"차베스와 카프릴레스가 선거 이후에 할 연설이 사람들의 반응을 결정할 열쇠"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