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고지 차베스, 과제 산더미>
2012.10.09
역대 최저 득표율로 승리..치솟는 범죄·인플레 등 난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2019년까지 장기 집권하게 됐지만 과제가 산더미다.
무엇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상당수 국민의 마음이 차베스에서 떠난 사실이 드러났다.
전체 국민의 40%를 넘는 극빈층의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44%의 유권자들은
차베스가 아닌 카프릴레스를 선택했다.
이들은 "진보의 버스에 함께 올라타자"고 했던 카프릴레스에 손을 내민 것이다.
8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대선 개표가 96.1% 가량 이뤄진 가운데 차베스는 55%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2006년 야권의 분열 속에 치러진 대선 때보다 7.8%포인트나 빠진 수치다.
반대로 카프릴레스를 통합후보로 냈던 야권은 득표율 수치로만 보면 차베스가 잃어버린 부분을 거의 고스란히 가져왔다.
차베스는 첫 집권에 성공한 1998년부터 계속된 네 번의 대선 중 이번 대선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후보와 득표율 격차도 가장 좁았다.
이번 대선은 그만큼 큰 고비였고 어느 대선 때보다 초라한 승리를 거둔 셈이다.
그는 첫 집권에 성공했던 1998년 대선에서는 56.2%를, '볼리바리안 헌법'으로 명명된 신헌법 하에서 치른
2000년 대선에서는 59.7%를, 3선에 성공했던 2006년에는 62.8의 득표율을 얻은 바 있다.
카프릴레스는 대선 결과가 나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거의 절반이 당신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차베스가 처한 현실을 일깨웠다.
차베스에게는 상당히 뼈아픈 말 한마디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가 반대파를 끌어안는 것 외에도 시급히 극복해야 할 문제는 범죄다.
베네수엘라의 살인 범죄는 악명이 높다.
'베네수엘라 폭력관측소'라는 단체는 작년 12월 국내에서 한 해 동안 1만9천336명이 살해됐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하루 평균 53명이 살인 범죄에 희생된 셈이다.
베네수엘라의 살인범죄율은 인구 10만명 당 67명으로 남미 대륙에서 가장 높다.
이는 '마약과 전쟁'이나 반군 소탕으로 총성이 멈추지 않는 멕시코(14명)와 콜롬비아(32명)의 2010년 통계치에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 세계 평균 수준(6.9명)에 비하면 9배를 웃돈다.
차베스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새로운 치안 병력을 만들어 범죄를 잡겠다고 밝혔지만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면책이 만연한 사법시스템 하에서 범죄율을 끌어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0%를 맴도는 인플레이션과 지방 지역의 생필품 부족, 부족한 기반시설 등도 차베스의 차기 정부가
안은 국가적 문제로 지적된다.
대선 결과 발표 뒤 미라 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던 차베스가 다음 정부
6년 동안 어떤 수완을 발휘해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나가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라카스=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