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노동계 '정면 충돌' 조짐
2012.10.16
노동계, 시위·파업 경고…대통령은 강경 대응 천명
아르헨티나 정부와 노동계 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노동계의 잇따른 시위와 총파업 경고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지난 10일 5만여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많은 조합원을 보유한 아르헨티나 중앙노조(CTA)가 주도했고 최대
규모의 노동단체인 전국노동자총연맹(CGT)이 지지를 선언했다.
노동계의 상징적 인물인 우고 모야노 CGT 위원장은 양대 노조로 꼽히는 CTA와 함께 올해 안에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현재 페르난데스 지지 진영과 반대 진영으로 쪼개졌다. 모야노 위원장은 'CGT 반군'으로 불리며
페르난데스 반대 진영을 이끌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노동계의 세력 약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신에게 충성을 선언한
금속노조연맹(UOM) 등을 앞세워 노동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정치 행보도 관련돼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추진해 2015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3선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모야노 위원장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3선 저지를 공개
선언한 상태다.
노동계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과 부인인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부부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노동계 대신 청년조직인 '라 캄포라'(La Campora)를 중시하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라 캄포라'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아들 막시모 키르치네르(34)의 주도로 2003년에 등장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조직이다.
현재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방 의회에도 진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노동계의 반발 외에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 매니지먼트 & 피트(Management & Fit)의 최근 조사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3%에 그쳤다.
지난해 대선 때의 득표율 54%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3선 추진설에 여론의 반응도 좋지 않다.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개헌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최근에 개헌이 성사된 것은 1994년이며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연임에 성공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