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선진국 매력 상실…역(逆) 두뇌유출 본격화
2012.10.22
중국·브라질·아프리카 등 이민자 본국 귀환 흐름
미국에서 활동했던 중국 출신 기업가 한제는 최근 중국으로 돌아가 의료 기구 공장을 시작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중국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케냐 출신의 시타티 키투이도 런던의 자문회사 직책을 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과거에는 가난한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지식인과 숙련된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외국에서 활동하던 인력자원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역(逆) 두뇌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21일 보도했다.
유엔 개발기금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국제 이민자의 75%가 자국보다 더 발전한 국가로 이주한 전형적인
두뇌유출 사례였지만 이제는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
이는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로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고 유럽의 복지 시스템도 흔들리면서 선진국이
여전히 유일한 '기회의 땅'인가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최근 계속된 불황으로 대부분 선진국보다 신흥 경제국의 임금이 더 많고 성장도 계속하면서
이민자들이 더는 선진국을 본국보다 더 나은 기회의 장소로 보지 않게 됐다고 CSM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으로 빠져나갔던 두뇌 자원이 다시 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으로 돌아가고 있다.
또 불황으로 압박받는 미국과 유럽의 일부 전문인력들도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국외 이주자를 다시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장려책을 제공하는 등 구애
작업을 벌여왔다.
여기에 거듭된 경제 성장이 장점으로 작용하면서 매년 외국에 머무르는 대신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민자
수가 21세기 시작 이후 10배 이상 늘었다.
세계 5대 신흥 경제국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속한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정부는 2005년 기준 국외거주자 400만명 가운데 절반이 국내로 돌아왔다고 추정했다.
미국 등의 고용시장 침체와 가혹한 이민 규제로 돌아온 이민자들도 많았지만, 브라질이 성장하면서
볼리비아나 파라과이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노동자도 수만 명에 달했다.
2010년에서 올 4월 사이 브라질에 거주 중인 외국인 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1960년대 이민 물결이 시작되면서 두뇌 유출이 극심했던 아프리카 국가도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민회는 나이지리아를 떠나는 사람보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2배 더 많은 것으로 추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민자들도 2004년 이후 6천명이 국내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노동기구(ILO) 이민정책전문가는 "유럽의 경제 위기를 고려할 때 특히 남유럽 젊은이들을 위한 기회는
이제 개발도상국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