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시장 어떻게 뚫지?"…한국 중소기업 고심>
2012.11.6
'미지의 세계·장기 외상거래' 걸림돌
정부와 대규모 거래는 '매력'
4일(현지시간)부터 쿠바에서 진행중인 '아바나 국제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중소기업들이 현지 시장 진출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국과 미수교 국가인 쿠바 시장이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1년간의 장기 외상 거래를 선호하는 정부와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의 거래는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매력일 수 있겠지만 초기 정보 부족에서 오는 막막함은 시장을
뚫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람회 둘째 날인 5일 한국관에서 만난 중소 업체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쿠바 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긴가민가'하는 모습이 교차했다.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한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처음 쿠바 박람회에 참가해 봤는데 아직 분위기를 잘
모르겠다"면서 "박람회 동안 최대한 이 쪽(쿠바 정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뒤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2년 전까지 쿠바 현지 대행업체를 통해 저울과 계산기 등을 팔아왔지만 이후로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시장을 직접 개척하고자 박람회에 참여했다.
쿠바 정부가 2년 전 자영업을 전면 허용한 뒤로 이곳저곳에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사 제품도 직접
판매할 여지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자동차 배터리 등을 판매하는 다른 무역업체 관계자도 "쿠바 정부가 문은 조금 열어두고서 외국 업체들을
오게 하다보니 가격에 민감한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리 이곳에서 기반을 닦은 업체가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한국업체 관계자는 적절한 시장 진출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으로
쿠바를 평가했다.
의류제품을 전시하는 한 섬유업체는 "박람회가 둘째 날이라 사람이 너무 없는 거 같다"면서도 "쿠바 시장은
정부가 문을 조금씩 개방하고 있어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가 조금씩 외부에 경제를 개방하고, 향후 그 폭이 더 넓어진다면 쿠바 소비자들에게도 상당량의
의류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쿠바 사람들은 의식주 중에 '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
값만 싸고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제품보다 한국산이 더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쿠바 시장에서는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중소기업이 진출해
뜻을 이룬 경우는 아직 없다.
(아바나=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