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외교분야 10대 실수'<美주간지>
2012.12.26
아랍의 봄의 물결로 이집트에 새 정권이 들어서고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으로
미 대선 판도가 요동치는 등 2012년에도 국제사회는 역동적인 한 해를 보냈다.
미국의 시사주간 'US뉴스&월드리포트'는 올해에도 국제사회를 아찔하게 만든 실언과 행동이
세계 곳곳에서 어김없이 발생했다며 '2012년 외교분야 10대 실수'를 24일(현지시간) 선정했다.
◇ "아웅얀 수치?"‥오바마 대통령의 발음 실수 = 지난 11월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녀의 이름을 '아웅얀 수치'라고 부르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잡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바보라도 해낼 발음을 틀렸지만 고상한 수치 여사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고 전했다.
◇ 롬니의 '실수 연발' 해외순방 = 밋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외교 능력을 뽐내려고
해외 순방을 계획했지만 이는 실언의 연속이었다.
롬니는 첫 방문지인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영국이 런던올림픽을 치를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언급해 영국 언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이스라엘 방문기간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보다
경제상황이 좋은 이유는 유대 문화 때문"이라고 말해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또 실업률이 12%에 이르는 폴란드를 방문해 폴란드 경제를 '경제적 자유'와 '작은 정부'의
승리로 추켜세우다 비판을 받았다.
◇ 안식처 찾은 줄리언 어산지 = 지난 6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에콰도르 망명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는 아찔한 순간 중 하나였다.
그는 2010년 스웨덴에서 여성 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스웨덴에 송환될 위기에 처했지만
많은 사람의 반발을 뒤로 한 채 지난 6월 에콰도르로 망명해 자신에게 가해질 국제적 논란을 또다시
피해갔다.
◇ 아리송한 단어 '중심축' =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노출한 외교정책 기조는 국제관계에서
단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미 정부가 '아시아로의 중심축(pivot) 이동'을 언급하자 아시아 국가들은 수수께끼 같은 단어를 미
정부가 사용한 데 당혹스러워했고 미국의 동맹인 유럽국가들은 이 단어의 뜻을 해석하면서 소외감을
느꼈다.
한 외교 분야 관계자는 "정치·군사 관료가 사용하는 단어는 파괴적인 힘을 가진다"며 "선의에서 시작된
정부 관계자의 정치적 구호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유연해질 수 있다"‥딱 걸린 오바마의 뒷 담화 = 지난 3월 2012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과 관련해 러시아에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호된 비판을 당했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정치인들이 종종 솔직한 발언 때문에 곤경에 빠진다며 오바마의 이번 발언은 이
격언을 그대로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 "이란에 파병된 미군?"…바이든 부통령의 실언 = 잦은 실언으로 여러 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세계인을 놀라게 한 10대 실수 중 하나다.
그는 대선 기간 "이라크나 이란에 군 복무 중인 사람을 알고 있다면 손을 들어달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 '일단 말하고 나중에 확인하는' 롬니 = 롬니는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을 본 오바마 행정부는
공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영사관을 습격한 무리를 동정했다"고 밝혔다가 또 질책을 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의 발언을 두고 "항상 먼저 쏘고 나중에 조준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런던올림픽의 북한 '인공기' 착각 소동 = 올림픽은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와 관련한 실수가 여지없이 등장했다.
지난 7월 북한과 콜롬비아의 런던올림픽 여자 축구 예선에서 런던올림픽 조직위는 북한 인공기 대신
태극기를 전광판에 잘못 게시했고 북한 선수는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입장을 거부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 오바마의 일방적인 유엔 총회 일정 = 지난 9월 세계 각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 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 일정을 이유로 그간 관행으로 굳어진 정상 간 양자회담 일정을 단 한 차례도
잡지 않았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최근 터키, 이집트, 이스라엘 지도자와 긴밀한 회담을 했으며
이는 이후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애썼지만 '대통령이 정치 대신 선거운동에만 신경 쓴다'는
공화당의 비판은 계속됐다.
◇ '자화자찬'으로 끝난 노벨평화상 = 유럽에 기반을 둔 노벨 평화상 위원회가 유럽연합(EU)을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자 많은 비판이 등장했다.
유럽 의회의 한 의원은 "유럽 내 일부 고위층 인사가 EU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자축성 어조로 말하는
것은 무례하고 거만하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