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칠레 '태평양 출구' 문제 지루한 공방
2013/1/30
볼리비아 대통령, 천연가스 제공 제의…칠레 대통령은 거부
남미의 볼리비아와 칠레가 '태평양 출구' 문제를 놓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내륙국 볼리비아는 오랜 염원인 태평양 출구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칠레를 압박하고 있으나 칠레는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전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영문 명칭 ECLAC) 정상회의에서 칠레가 태평양 출구를 허용하면 천연가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칠레가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칠레는 아르헨티나를 거쳐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천연가스 소비량이 늘어나거나 수입량이 줄어들면 에너지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베네수엘라에 이어 두 번째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경제적 이익 때문에 주권에 관한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없다"면서 "영토 주권을 지키는 것은 칠레 대통령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연합군을 이뤄 1879~1883년 칠레와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대패했다. 볼리비아는 구리 광산을 포함한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상실했다. 페루는 3만5천㎢ 넓이의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칠레에 넘겼다.
볼리비아와 칠레 간에는 1904년 '평화와 우호 협정'에 따라 현재의 국경선이 확정됐으나 이후에도 국경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됐다. 양국의 공식적인 외교 관계는 1962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1975~1978년 사이 시도된 관계 회복 노력이 좌절된 이후 지금까지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뜻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칠레와 페루는 1952년과 1954년 '해상 경계선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칠레는 이 조약으로 해상 국경선이 확정됐다고 주장하지만, 페루는 국경선이 아니라 단순히 어업권을 다룬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08년 칠레를 ICJ에 제소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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