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산층 소비 급감…내수 기반 '흔들'
2013/2/19
인플레율 상승, 달러화 거래 규제가 주요인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요즘 음식점 종업원들이 팔짱을 낀 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의류 판매장 직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친구들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낸다. 젊은이들로 붐비던 영화관 앞은 언제부턴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모습이다. 거리 곳곳에는 월세 입주자를 구한다는 전단을 붙인 상가 건물이 눈에 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아르헨티나에서 중산층의 소비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내수시장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의 조사에서 올해 들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택시와 미용실, 음식점 등의 매출이 예년과 비교하면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소비 감소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디 텔라(Di Tella) 대학 재정연구센터가 발표하는 1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8.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인플레율과 정부의 달러화 거래 규제가 중산층의 소비 감소를 가져온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월 인플레율은 2.58%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1월까지 12개월 인플레율은 26.28%다.
아르헨티나 정부 산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는 지난해 인플레율을 10.8%로 발표했으나 컨설팅 업체들은 25.6%로 추산했다. 올해 인플레율도 Indec은 10%로 예상했으나 민간에선 25~30%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지난 5일부터 월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동결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4월1일까지 적용된다. 그러나 한시적인 가격동결 조치로 인플레율 상승세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화의 국외 유출을 막는다며 2011년 10월부터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기업의 국외송금을 억제하는가 하면 개인의 달러화 거래도 철저하게 통제했다. 국외여행자에게도 소액의 달러화 매입만 허용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2007년 이래 국외로 빠져나간 달러화는 800억 달러에 달한다. 2011년에만 210억 달러가 국외로 유출됐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해도 외환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장 둔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중산층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2010년 9.2%, 2011년 7%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1.9% 성장에 그쳤다. 1.9%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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