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칠레, '태평양 출구' 논란 치열한 기싸움
관리자 | 2013-03-26 | 조회수 : 1120
볼리비아-칠레, '태평양 출구' 논란 치열한 기싸움
2013/03/26
양국 정상, 비난 공세 가열…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가능성
'태평양 출구'를 확보하려는 내륙국 볼리비아와 '주권 수호'를 내세워 협상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칠레의 갈등이 남미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자국의 '태평양 출구' 협상 요구를 칠레 정부가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국영 TV 방송 회견에서 "나는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칠레에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있는 한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피녜라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23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칠레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도 볼리비아와 '영토 교환' 협상에 나설 뜻을 밝힌 적이 있다"면서 "합법적·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아무런 제의도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피녜라 대통령에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피녜라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태평양 출구' 확보 요구는 역사적·법률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볼리비아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 칠레 정부와 국민은 일치단결해 대응할 것"이라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와 영해, 영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연합군을 이뤄 1879년부터 1883년까지 칠레와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볼리비아는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상실했다. 페루는 3만5천㎢ 넓이의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칠레에 넘겼다.
볼리비아와 칠레는 1904년 '평화와 우호 협정'을 체결했으나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양국의 공식 외교관계는 1962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1975∼1978년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이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2006∼2011년에도 협상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편 페루와 칠레는 1952년과 1954년 '해상 경계선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칠레는 이 조약으로 해상 국경선이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루는 단순히 어업권을 다룬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08년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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