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미국이 대선결과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다"
2013/04/18
19일 취임식 예정…대법원장도 재개표 주장 거부
니콜라스 마두로(51)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대선 결과를 인정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두로는 "미국과 함께 가든 아니든 우리는 자유롭고 독자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자신의 대선 승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야권의 재개표 주장에는 지지를 보낸 미국 정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야권 후보였던 엔리케 카프릴레스(41)의 재검표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마두로를 대선 승자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대법원장은 야권의 재개표 주장을 사실상 거부하며 마두로의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
루이사 에스트레야 모랄레스 대법원장은 이날 엔리케 카프릴레스(41) 야권 통합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투표지 한장 한장씩을 재개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모랄레스 대법원장은 베네수엘라 선거시스템은 자동화돼 있어 수작업 개표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만 모든 투표지를 인쇄해 개별 전자 투표기와 유권자 명부 등을 대조하는 작업은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개표를 주장하는 카프릴레스가 법적 소송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 수장인 모랄레스가 뜬금없이 개인 의견을 낸 것은 대선에서 승리한 마두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모랄레스는 올 1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4기 취임식 연기 문제를 놓고 위헌 논란이 제기됐을 때에도 "취임 선서를 하지 못한다면 이후 어느 때라도 대법원 앞에서 할 수 있다"며 차베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카프릴레스는 14일 대선에서 마두로에 1.7%포인트 차로 패배하자 선거 공정성과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손작업에 의한 전면 재개표를 요구했다.
야권은 정부 지지자들이 선거 당일 283개에 달하는 투표소에서 선거 감시원들을 내쫓았으며 전자투표기 3천535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사망한 유권자 이름이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었다며 총체적 부정 선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선거 감시원들이 쫓겨나거나 투표기가 훼손된 투표소에서 조직적인 불법 투·개표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야권이 재개표를 요구하며 폭력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7명이 총격에 희생됐다고 주장하며 야권을 쿠데타 기도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하루 평균 40명이 범죄로 목숨을 잃는 베네수엘라에서 정부가 이에 대한 상세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가 야권을 폭력의 프레임에 가둬 부정 선거 논란을 불식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대통령 당선을 공식 확정받은 마두로는 19일 대통령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선을 치른 지 불과 5일 만에 '초고속' 취임식이 이뤄지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취임식 행사에 남미 좌파국가들을 비롯, 중국과 이란 등 전 세계 15개국이 고위 대표단을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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