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야당의원 브라질 대사관 피신 1년
2013/05/30
정치적 망명 허용 요구…볼리비아 정부, 제3국행 종용
볼리비아 야당 의원이 정치적 망명 허용을 요구하며 수도 라파스 주재 브라질 대사관에서 피신 생활을 한 지 1년을 넘기면서 외교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볼리비아 보수우파 야당 소속의 로제르 핀토 몰리나(53) 상원의원은 지난해 5월 28일 브라질 대사관을 찾아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이후 지금까지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핀토의 정치적 망명을 수용했으나 볼리비아 정부는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핀토는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한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비유돼 '볼리비아의 어산지'로 불리며 관심이 쏠렸다.
핀토는 자신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의 부패를 비판하고 마약조직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박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랄레스 정부가 자신에게 부패 의혹을 뒤집어씌워 처벌하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망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핀토가 비리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20여 건의 재판에 부쳐진 상태에서 처벌을 피하려고 국외 도피를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볼리비아 정부는 핀토에게 브라질 대신 페루로 갈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토의 딸 데니스 핀토는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에서 브라질과 볼리비아 간에 이 같은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질과 볼리비아 외교부는 핀토의 제3국행과 관련한 협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볼리비아에서는 2006년 강경좌파 성향의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수십 명의 보수우파 야당 의원들이 브라질과 파라과이, 미국, 페루, 스페인 등으로 망명했다. 의원이 아닌 야권 인사까지 합치면 수백 명이 국외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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