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참전군인 "고통스런 기억 평화로 치유돼야"
2013/06/26
발렌시아 前육군총장, 6·25 참전이후 '한국사랑' 이어와
한반도 주제 저술 활동·참전군인 자료정리
"한국은 나에게 매우 각별한 나라입니다. 한국민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영원히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에 전투병력을 파견한 콜롬비아에는 60년 넘게 '한국 사랑'을 이어오는 전설의 참전 노병이 있다. 주인공은 알바로 발렌시아 토바르(93) 전 육군 참모총장.
1942년 12월 콜롬비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발렌시아 전 총장은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1∼1952년 콜롬비아 전투부대의 대위로 근무했다. 한국전 이후 여단장과 육군사관학교장, 미국 워싱턴 주재 미주 군사기구 대표를 거쳐 육군 참모총장을 역임하고 1975년 5월 퇴역했다.
발렌시아 전 총장은 2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전을 옛 소련으로부터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받은 북한의 무력침공에 맞서 싸운 정당방위의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은 공산권이 유엔과 맺은 협정을 위반하며 일으킨 전쟁"이라면서 "국제협정을 무시하고 일으킨 전쟁에 대해 대한민국은 정당한 방어를 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콜롬비아의 한국전 참전이 국제 의무 준수라는 전통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 참전은 국제적인 의무 이행이라는 콜롬비아의 역사적 전통에 충실한 것"이라면서 "당시 소련이 주도하는 공산주의 블록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었으며 한국전도 그런 배경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이 끝나고 모두 6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정부가 초청한 적도 있고 민간단체의 초청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빠른 발전에 놀랐고, 한국전 당시의 비참했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한국 방문에 관한 소감은 '잿더미에서 부활한 한국'이라는 책에 자세히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발렌시아 전 총장은 그동안 활발한 저술활동과 언론매체 기고로 '한국 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3권의 책을 썼다. '잿더미에서 부활한 한국' 외에 '한국에서의 콜롬비아, 비밀스러운 역사', 그리고 '한국에서 자유와 영광을 위하여' 등이다.
콜롬비아의 유력 일간지 엘 티엠포(El Tiempo)를 비롯한 주요 매체에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칼럼을 많이 썼다.
그는 "전쟁에 참전했고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6번 방문한 것만으로도 한국은 나에게 매우 각별한 나라"라면서 "지금도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는 갈등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전 총장이 요즘 서두르는 일이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행적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는 "안타깝지만 생존해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다"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콜롬비아에는 현재 2개의 참전용사 모임이 있다. 그러나 한국전이 끝나고 귀국해 거주지를 옮긴 참전용사들의 소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90세가 넘은 노병에게 한국전은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죽음 앞에서 느낀 공포, 부상당한 전우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전투에 승리해 '콜롬비아 만세'를 외치던 장면 등 이 모든 것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