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미 국무, 브라질 첫 방문…"중남미 달래기"(8.13)
관리자 | 2013-08-13 | 조회수 : 939
케리 미 국무, 브라질 첫 방문…"중남미 달래기"
2013/08/13
'중남미는 뒤뜰' 발언·미국의 정보수집 등으로 얽힌 관계 해법 모색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결하려고 시도할 전망이다.
케리 장관은 콜롬비아를 거쳐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도착한다. 케리 장관은 애초 지난 4월 말∼5월 초 브라질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보스턴 폭탄테러 사건 때문에 연기됐다.
케리 장관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중남미를 미국의 '뒤뜰'이라고 표현해 중남미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케리 장관의 발언이 중남미 좌파블록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회원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미군 기지를 두지 않은 중남미 국가들을 자극하는 발언이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미국의 비밀 정보수집 행위는 중남미 국가들을 또 한 번 분노하게 했다.
브라질 일간지 오 글로보(O Globo)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문서를 토대로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수집 행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전자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을 이용해 콜롬비아 반군조직 무장혁명군(FARC) 활동,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무기 거래, 멕시코의 에너지와 마약거래 자료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NSA는 에콰도르, 파나마,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온두라스, 칠레, 페루, 엘살바도르 등에 대해서도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
이와 관련,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외교장관들은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를 강하게 성토했다.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가 초래한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브라질로서도 중남미 지역의 이런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브라질 외교장관은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케리 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분명하게 언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브라질 국민에 대한 단기체류 비자 면제 방침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 의사 등을 내세워 화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는 칠레가 미국 정부의 비자 면제(웨이버)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내년 2월부터 발효되는 이 조치로 90일을 넘지 않는 기간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칠레 국민은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칠레 국민은 20만명 수준이다.
브라질은 중남미 국가 중 미국 여행자가 가장 많지만, 무비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국민의 미국 방문은 칠레보다 9배 많은 180만 명에 달했다.
브라질은 페르난도 엔히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 정부(1995∼2002년) 때부터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유엔 개혁을 촉구해 왔다. 미국 정부는 안보리 개혁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브라질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국-브라질 정상회담에서 이런 문제들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0월 23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은 1995년 카르도조 전 대통령 이후 18년 만이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은 2003년과 2007년 워싱턴DC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으나 국빈 방문은 아니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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