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위기, 중앙집권적 정치문화 한몫(1.27)
관리자 | 2014-01-28 | 조회수 : 1206
아르헨 위기, 중앙집권적 정치문화 한몫
2014.01.27
美 이코노미스트 FT 기고문…"지방으로 권력 이양 필요"
아르헨티나가 통화가치 폭락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에 처한 근본 원인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지리적 위치와 이 때문에 발전하게 된 중앙집권적 정치문화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BCP증권 월터 몰라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강점이 곧 아르헨티나의 약점"이란 기고문을 싣고 "자원과 인재가 풍부한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한다"며 "내 대답은 바로 지리조건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몰라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서쪽으로는 안데스 산맥, 동쪽으로는 브라질, 남쪽으로는 팜파스(대초원)로 둘러싸여 있다. 이에 초기 유럽 식민주의자들은 유일하게 뚫린 북동쪽의 파라나 강과·우루과이 강이 만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터전을 잡았다.
이를 계기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외부와 통하는 단일 통로가 됐고, 곧 상업과 유통의 중심지이자 국가 내 최고의 권력 도시로 부상했다.
1816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권력의 집중이 아르헨티나 정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이것이 남미의 페론주의(포퓰리즘)의 등장과 겹쳐, 각종 즉흥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무분별한 재정정책으로 살인적인 물가상승을 겪으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각종 정책 권고를 거부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거시경제 지표를 조작한다는 의혹도 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떠나게 했다.
심지어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을 강제로 국유화해버리며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사례도 있었다. 몰라노는 "결국 현재의 아르헨티나는 과거의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몰라노는 "아르헨티나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자간 기구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접근하려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이 나라의 정치·행정을 갉아먹은 뿌리깊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부족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계속해 번영을 누리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방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통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