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소비 침체에 글로벌 기업들 긴장
2014.02.03 14:03
글로벌 기업들이 남미 지역 소비 시장의 침체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남미 지역은 아시아와 더불어 엄청난 소비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최근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현지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실적이 악화돼 기업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스웨덴의 가전기업인 일렉트로룩스는 지난달 31일 브라질의 성장세 둔화와 통화 약세로 4·4분기 실적이 타격을 입었다고 발표하고 앞으로 브라질의 수요가 당분간 계속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사무용품업체인 3M 역시 최근 베네수엘라 매출이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며 남미 지역 시장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 회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데이비드 멜린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현지에서 환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설팅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의 마이클 페더 이사는 남미 지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 상황에서 현지 자회사를 통해 달러로 진 빚을 상환할 경우, 부채 상환 부담만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25%를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해 남미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WSJ에 따르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지의 통화 약세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매출을 악화시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포퓰리즘에 편승한 정부 지출 확대와 통화완화 정책이 맞물려 연간 물가상승률이 25%를 웃돌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경우 50%가 넘는다. WSJ는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현지인들의 경우, 생필품 이외에는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인 미국의 프록터앤드갬블(P&G)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일부 제품의 가격통제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그러나 남미시장에 대한 전망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약세로 고전하고 있지만 멕시코와 페루, 칠레, 콜롬비아는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브라질 경제 성장이 2.4%에 불과하지만 멕시코와 카리브 연안국을 모두 포함한 남미 경제는 성장률이 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높은 것으로 미국(2.7%)이나 유럽연합(EU)(1.3%)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정지원 특파원)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