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부에 반대하는 야권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수천명의 군중은 7일 감사원이 오는 11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인사들이라며 '블랙리스트'를 발표한 것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5천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자유! 자유!" 구호를 외치며 카라카스 중심가를 행진하다가 멈춰서서 살사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이에 앞서 클로도스발도 루시안 감사원장은 부정부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는 11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출마자격이 없다며 400여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차베스 대통령에 반대해 온 인사들로 밝혀지면서 야권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권 지도자들은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감사원장이 차베스 대통령의 정적을 겨냥하여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카라카스 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으나 좌절된 경력이 있는 야권의 인기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정치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루시안 감사원장은 야권 인사들을 겨냥하여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법은 야권인사와 친여인사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23개 주(州)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무려 19개 주지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 이하 지자체 기관장도 대부분 친여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루시안 감사원장의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한 신문은 사설에서 1950년대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한다며 매카시 선풍이 몰아친 것과 유사하다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400여명 인사들 가운데 80% 이상이 반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것은 우연이냐고 반문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은 입후보 제한 철폐를 대법원에 제소했으나 대법원 판사들 대부분이 집권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로 부터 임명을 받은 친 차베스 인물들인 만큼 재판의 공정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은 7일 정부가 내놓은 스파이법 개정안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여론에 따라 법안을 수정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차베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법안 가운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정보를 당국에 제공하지 않은 사람에 최고 4년 징역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카라카스 AP=연합뉴스) r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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